[전주한옥마을 Night Life] 2. 음식·버스킹, 도심을 살린다
[전주한옥마을 Night Life] 2. 음식·버스킹, 도심을 살린다
  • 한성천 기자
  • 승인 2014.07.2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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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떠오른 화두가 있다. 도심재생, 또는 도심 활성화가 그것이다.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다. 원인은 다양하다. 도시화에 따른 인구집중과 인구감소, 의료기술 발달에 따른 고령화, 산업발전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의 규제, 도시계획과 교통계획 연계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도시들은 도심부터 병을 앓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도시들은 도시이론가들의 힘을 빌려 도시재생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교통계획과 토지이용의 결합 강화를 통한 교통수요 감소, 공간집적화에 따른 효율적 공간 이용, 효율적 도시재생 유도가 가능한 컴팩트시티(Compact City) 개발이 한 방법으로 지목되고 있다. 컴팩트시티는 도시 내부 고밀도 개발을 통해 현대도시의 여러 문제 해결을 도모한다. 동시에 경제적 효율성 및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도시개발 형태를 추구한다.

 도시재생정책 입안부터 추진과정에서 추진주체는 네 가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도시재생정책의 시민적 합의 형성을 위한 주민참여의 제도화를 통해 시민의 눈높이에서 도시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첫 번째다. 청년인구의 역외유출을 막고 청년문화의 육성과 창업지원을 통해 도시의 활력을 증진하는 것이 두 번째다.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복지를 강화하는 것과 도시재생정책을 통합 추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설치하는 것이 세 번째와 네 번째다.

 컴팩트시티, 도시재생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어떤 콘텐츠를 접목하는 것이 좋을까. 특히 전통문화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전주의 경우 가장 이상적으로 도심을 살리고, 지역주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방법으로 무엇이 적합할까. 전주가 다른 도시와 비교해 차별화된 유·무형의 자산이 무엇이고,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리싸이클링하고, 벨트화할 것인지, 또 도시마케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가장 전주다운, 가장 전주스러운 콘텐츠를 개발, 접목한다면 이른바 ‘전주형 도심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오감(五感)을 자극하라’

 ‘오감(五感)을 자극하라’. 이 말은 세계적인 관광도시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가 관광정책 최일선에 내걸고 있는 캐치프레이즈이다. 입과 코(음식과 향기), 눈과 귀(문화예술), 그리고 직접 손으로 만들고 기뻐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전주다운 도시재생, 또는 도시개발을 위한 방법으로 오감을 자극해야 한다. 이것이 ‘전주형 도심개발’이다. 다른 도시와 달리 전주에는 유무형의 전통문화자산이 많이 전승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맛’과 ‘멋’이다.

 전국 각지에서 이른바 ‘전주맛’을 보기 위해 미식가들이 전주를 연중 방문하고 있다. 일반인, 여행가, 외국인들까지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전주다운 맛과 멋을 선물한다면 행복해 할 것이다. 이른바 오감으로 감동을 하기에 충분한 콘텐츠다. 하지만, 현실은 불만족스럽다. 관광상품 수준으로 아직 포장되지 못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전주인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정체불명의 ‘퓨전음식’까지 전주밥상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다. 이젠 대중화되면서 전주 고유의 맛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마치 토종어종을 말살시키는 외래어종 배스(Bass) 같다. 그것도 전주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한옥마을에서….

 연간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전주한옥마을을 냉철한 눈으로, 차가운 가슴으로 들여다보자. 과연 전주다운 맛을 제대로 제공하고 있는 음식업소가 얼마나 될까. 소위 말하는 ‘길거리음식’이 주인자리를 넘보고 있다. 이 같은 비판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문제는 전주인들이 이 같은 비판에 무감하다는 데 있다. 전주시와 음식업계가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다. 현대인들은 번거로움을 싫어한다. 대부분 관광객은 여유를 즐기고 싶어한다. 전주는 변화된 관광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전주가 지속가능한 문화관광도시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길거리 전주음식 개발하라’

 현대화된 관광객 밥상에 전주음식을 올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다고 포기할 수 없다.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전주만의 고유한 맛을 통일할 수 있는 레시피 개발이 시급하다. 전주 어느 음식업소에서건 ‘전주음식’이란 정체를 분명하게 느끼게 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 전주시내 주요 음식업소 대표들과 요리연구가들이 마음을 모았다는 점이다. 실험과 연구를 통해 완성된 레시피를 모두 공유해야 한다. 이것이 1단계 과제다. 더불어 관광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메뉴 개발도 요구된다. 먼저, 음식을 공간개념으로 구분해야 한다. 제한된 공간음식과 공개된 음식(길거리음식)으로 나눠야 한다.

 제한된 공간음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전주한정식, 전주비빔밥, 전주콩나물국밥, 우거지사골국밥, 영양돌솥밥, 전주백반, 전주칼국수, 전주보쌈, 오무가리탕, 불낙전골, 버섯전골, 설렁탕, 매운탕, 꽃게탕 등이 그것이다. 반면 전주음식에 있어 길거리음식화는 미개척분야다. 현재까지 전주음식의 한계성은 길거리음식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노력 자체를 하지 않았다.

 길거리 음식으로 할 만한 전주음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소위, 테이크아웃(Take out)이 가능한 음식을 개발해야 한다. 찾아보면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수정과를 비롯해 식혜, 오미자화채, 잣죽, 팥죽, 호박죽, 떡국, 화전, 김치전, 녹두전, 파전, 떡갈비, 감자전, 계란말이, 도토리묵, 송편, 약과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어느 도시에도 몇 가지를 제외하고 이런 메뉴의 길거리음식을 대중화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설령 있다 할지라도 전주에서 이런 음식을 길거리음식으로 개발한다면 특별한 맛기행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도시가 될 것이다. 전주만의 독특한 맛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 여러 나라 음식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해 연중 상설로 운영한다면 ‘주간관광’ 뿐만 아니라 ‘야간관광’으로의 확대도 충분하다.

 ‘밤을 즐길 수 있게 하라’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도시 전주의 24시간을 보자. 전회에서 소개했듯 낮에는 사람들로 한옥마을이 비좁다. 하지만, 밤이면 정적만 감돈다. 이런 연유로 전주가 진정한 체류형 관광도시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밤을 즐기는 관광객이 많아져야 체류형 관광도시가 된다. 도심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전주의 도심을 공간적으로 분석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전주한옥마을은 주거지역이다. 먼저 중심도로인 태조로(오목대~풍남문 사거리)와 은행나무길(전주천~동부시장 사거리)를 놓고 보자. 낮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밤에는 어둠만이 차지한다. 야간관광 콘텐츠로 맛과 멋을 접목하려면 우선적으로 주거밀집지역은 피해야 한다. 주민의 취침권과 정주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개발정책에 있어 반드시 준수해야 할 항목이다. 이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은 근린생활지구나 상업지구다.

부득불 필요하다면 주거밀집도가 낮은 지점을 선택해야 한다. 이런 기본조건들을 고려한다면 물레방아사거리, 풍남문 앞 문화광장, 동문사거리 등을 야간 버스킹(거리예술) 장소로 제격이다. 또 경기전 앞을 주야간 ‘거리초상화구간’으로, 한옥마을 내 다양한 문화체험장의 야간개장, 전북예술회관과 전통문화관의 국악·기악·퍼포먼스 등 야간상설공연장화도 적극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버스킹은 단순히 밤거리를 밝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운영방식에 따라 소위 ‘최고은법(예술인복지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문화예술인 장착진흥방법으로도 한몫할 것이란 판단이다. 지역 내 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정례 버스킹 희망자를 공개모집해 버스킹 장소에 정기적(요일별, 시간별)으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하자.

 전주시는 ‘(가칭)전주버스킹지원사업’을 2015년에 도입, 시범적으로 2~3억 원 상당의 예산을 세워 버스킹 참여 문화예술인들에게 창작지원금을 지급하자. 전주를 방문한 관광객과 주민들에게는 낮과 밤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이른바 일석삼조(一石三鳥)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글=한성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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