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백제
또 하나의 백제
  • 유병하
  • 승인 2014.07.24 16:1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로운 지사가 취임하면서 전라북도의 민선6기가 시작되었다. 송하진 지사는 취임사를 통해 앞으로 4년간 펼쳐질 도정의 포부를 담담하게 밝힌 바가 있다.

  먼저 그는 전북이 갖춘 생태적 환경, 전통문화, 역사, 공동체의식을 토대로 농업과 관광, 탄소산업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을 수립하여 실천해나가겠다고 하였다. 그중에서도 관광산업은 농업농촌과 생태자연, 전통문화를 주요 자원으로 육성하여 어디서든지 관광객이 즐기고 체험하고, 머무르며, 전북의 것을 하나라도 사가지고 갈 수 있는 토탈관광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하였다. 이런 목표를 위해 앞으로 백제문화융성프로젝트 수립, 전북문화관광재단의 설립, 시군별 특화된 관광자원 개발, 체류형관광체계의 구축, 광역관광권의 설정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송하진 지사는 상대적으로 전라북도가 낙후된 이유로 남이 만들어놓은 패배적 역사의 틀에 갇혀 지냈던 사실을 들면서, 전북의 역사를 재조명하여 조선왕조 본향(本鄕)으로서의 위상을 높여가나고 익산으로 대표되는 백제문화를 융성시키고, 동학혁명의 가치도 고양(高揚)시키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전북에는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백제와 구분되는 ‘또 하나의 백제’, 즉 견훤(甄萱, 867~936)이 전주를 왕도(王都)로 삼아 세운 ‘백제(百濟, 892~936)’라는 나라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전북에는 후백제와 관련된 도성, 산성, 사찰, 가마, 무역항 등이 널려있어서 역사관광자원으로 훌륭하게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1,000년 전에 전북에서 주도한 역사를 가지고 있음으로 해서 자연스럽게 패배적 역사의식을 극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망각되지 않을까 두렵다.

사실 견훤은 “백제가 금마산에서 개국하여 6백여년이 되었는데 내가 감히 완산[전주]에 도읍하여 의자왕의 오래된 울분을 씻겠노라”고 하여 나라 이름도 그대로 백제라고 하였다. 그리고 마한과 백제의 계승의식을 대내외에 표방하기 위해서 익산일대에 대한 정비를 단행하였다. 즉 미륵사의 석탑을 보수하고, 사역(寺域)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를 실시하였으며, 옛 백제의 궁성인 왕궁리에는 오층석탑을 조성하였다. 견훤이 백제를 계승하였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기념비적 조형물이라고 하겠다. 이렇듯이 전북의 백제라고 하면 당연히 삼국시대의 백제뿐만이 아니라 견훤이 세운 백제도 같이 떠올려야 마땅하다.

그리고 역사관광자원으로서 견훤이 세운 백제[후백제]의 흔적은 전북 도내 각처에서 확인된다. 예를 들어 도성으로는 물왕멀과 함께 최근에는 인봉리 일대가 새로이 주목받고 있고, 산성으로는 전주의 동고산성, 구억리산성, 황방산성, 남고산성과 장수의 합미산성이 있다. 또한 정읍의 고부 구읍성도 후백제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사찰로는 앞서 언급한 익산의 미륵사지와 왕궁리사지 외에 전주의 남고사, 완주의 봉림사, 고창의 선운사, 남원의 실상사, 김제의 금산사가 후백제와 관련이 있다. 한편 고군산(古群山)은 후백제의 대외무역항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진안 도통리 청자가마도 후백제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지적된 바가 있다. 이와 같이 전북 도민이 잊고 있는 후백제의 흔적은 도처에 널려있다. 이러한 사실을 전북을 찾은 사람들에게 잘 알릴 수만 있다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고도 남는다고 하겠다.

그리고 후백제는 전주를 중심으로 전북에서 세웠고, 전북을 기반으로 발전했던 나라이다. 그 발전상은 문헌기록과 함께 앞서 언급한 유적들만으로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아울러 전북 이외의 지역에서도 문화유산이 확인되고 있으며, 그 수와 내용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논산의 견훤왕릉, 연산의 개태사지, 광주의 무진고성, 광양의 마로산성, 보성의 유신리마애불좌상, 문경의 견훤산성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들 유적은 전북을 중심으로 한 문화의 주변 현상이므로 후백제에 관한한 전북 도민들이 망각하지 않는다면 그 역사적, 문화적 자긍심은 충분히 높을 수밖에 없다. 송하진 지사가 언급한 패배적 역사의 틀은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견훤의 백제가 당장 관광자원으로 잘 활용될 것 같지도 않고, 전북 도민을 하나로 묶는 도구가 되거나 널리 자랑할만한 자긍심의 토대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또 하나의 백제[후백제]’가 존재하였음이 망각되어 왔고, 그에 따라 당연히 투자도 소홀하였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도민들의 눈에 후백제의 역사가 실물로 많이 보일 수 있도록 유적을 조사하고, 정비하고, 전시나 학술대회로 알리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전라북도가 전문 조사연구기관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동안 부여군과 경주시도 자체적으로 조사연구기관을 가지고 많은 성과를 냈으며, 전라남도는 최근 문화예술재단 내에 문화재연구소를 설립한 바가 있다. 이러한 일들이 중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서서히 도민들이 자긍심이 살아나고 관광자원으로서도 훌륭하게 기능하게 될 것이다.

이제 곧 새만금개발사업이 본격화되고, 서부내륙관광개발사업도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된다. 이 모든 것들을 후백제의 역사문화와 연계하여 통합전략을 수립할 시점이 되었다. 새로운 지사가 취임한 지금이 바로 적기(適期)이다.

 유병하<국립전주박물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전북 2014-07-25 09:05:26
송지가 전주시장때 후백제에 각별하게 관심가졌다지? 마한 백제 후백제 조선 자랑스러운 우리전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