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와 새 정치
안철수 교수와 새 정치
  • 박기영
  • 승인 2014.07.22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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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고컨대 18대 대선을 목전에 두었던 지난 2012년 후반 한국사회의 가장 큰 화제는 대선 제3후보로 안철수 교수의 등장이었다.

안철수 교수의 등장은 양강 구도로 정립되어졌던 당시의 대선구조 내에서 제3후보의 등장이라는 단순한 외형적 충격만은 아니었었다. 그것은 아마도 지극히 ‘정상적인 가정’에서 태어나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또 ‘정상적인 방법’으로 ‘정상적인 사회경력’을 축적한 이 시대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롤」모델이었던 사람이 ‘진심의 정치’와 ‘진실의 정치’를 주창하며 정치체계의 기능회복을 내건 데에 대한 기대와 공감 때문이었을 게다.

하여 필자도 안철수 교수의 등장을 기나긴 가뭄 끝에 만난 단비처럼 반기었다. 그리고 “안철수 교수와 18대 대선”, “강준만 교수에 바란다”, “안풍(安風)의 신풍화(神風化)를 기대하며”와 같은 컬럼들을 통해 선거결과에 연연치 않는 대선「레이스」의 완주를 열망했었고 또 파행과 사도(邪道)로 점철된 한국정치에서 퇴행의 종식과 정상에로의 회귀를 기원하였었다.

그것은 안철수 교수와 같은 정직하고 성실한 능력인이 지도자로 등극하여 선정을 베풀어 준다면야 더 더욱 좋은 일이겠지만, 설령 그게 아닐지라도 그의 등장, 그의 주창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민의 총체적 염원은 국민적 화합과 정상인에 의한 통치에 있음을 기존 정치인들에게 경고해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러던 그가 실제 대선과정에서는 야권후보 단일화라는 타성화된 명분하에 대선행군에의 결심을 접고 정치무대의 뒤편으로 은둔하였었다. 그런 연후 그는 곧 이어 시행된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하였고 또 이와 함께 신당창당을 선언하였었다.

헌데 이후 그가 주도한 신당창당 작업은 생각같이 않아 보였었고, 그러던 와중에 안철수 교수는 지난 4월 기존의 정통(?)야당인 민주당과 통합을 선언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란 새로운 정당을 탄생시키면서 신당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그런 연후 그는 크고 작은 한국정치의 현안문제에 대응하여 고성을 질러대고 허공에 손사래를 저어대는 공식화(?)된 정치행태에 동참하였고, 최근에 이르러서는 7.30 보궐선거에의 공천문제로 세인들의 입줄에 오르내리며 속죄양 신세가 되고 있다.

사실 안철수 교수가 구현하고자 하는 정치적 가치와 기본이념을 호의적 입장에서 이해해 볼 때 현실타파나 신당창당이 손쉬운 작업은 아니었으리라고 여겨진다. 편안한 잠자리와 기름진 음식만을 찾아 넘나드는 철새들을 격리시키고 정치모리배들을 퇴출시키며 사람다운 사람만을 찾다보니 숫자가 문제이었을 것이고, 또 정답과 원칙만을 강조하다보니 철부지 정치인이란 핀잔과 야지가 쇄도하였을 것이다. 또 그러한 학습과정을 통해서 얻어진 값진(?) 지혜를 합당후 시행된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응용하여 보니 이번에는 또 밀실, 협잡, 배신, 야합, 개악(改惡)이라는 용어들을 동원한 더 크고 많은 비판들이 난무하지 않겠는가!

상황이 이러할진대 이제 안철수 교수가 진행시켜야 할 과제는 현재 본인이 구현하고 있는 정치행태들이 과연 2년전 그가 주창하였던 정치적 가치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냉정하게 성찰해 보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예컨대 그토록 말썽이 많았던 전략공천은 과연 새정치의 표상이 되고 있고 또 그것은 본인이 말했던 ‘진심의 정치’나 ‘진실의 정치’와 합치되고 있는가를 말이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정당 고유의 이념과 정책은 전무한 채 ‘댓글정치’로만 근근히 연명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행태 또한 새로운 ‘구태정치’가 아니고 진실로 ‘새로운 정치’에로의 전진인가를 말이다.

만일 그 모든 것들이 ‘새정치’와는 거리가 먼 ‘구태정치’의 답습이자 현실문제에 대한 즉흥적인 대처들이라면 안철수 교수는 이제 초심을 상기하면서 18대 대선출마선언 이상의 논리와 용기 구사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그와 같은 ‘정상적인 지식인’은 등장과 퇴장이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한국정치사회에 충격과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말이다.

 박기영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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