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가득한 대학 캠퍼스
자전거 가득한 대학 캠퍼스
  • 황의영
  • 승인 2014.07.2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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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19일부터 29일까지 일본에 환경연수를 다녀왔다. 연수단은 학생 스무 명과 인솔자 세 명으로 구성됐다. 일본 돗토리대학이 주관하는 2014년도 해양표착 쓰레기 회수를 통해 한일 환경문제를 생각하는 국제교류프로그램 「바다는 사람을 잇는다.」라는 연수에 지난 여름방학에 이어 세 번째 참석했다.

 우리는 일본의 서해안(우리 동해바다와 맞닿는 곳) 돗토리켄(島取縣) 사카이미나토시(境港市)에서 후쿠이켄(福井縣) 오바마시(小浜市)까지 해안을 따라 380km를 올라가면서 연수를 실시했다. 해변에서 쓸려온 쓰레기를 주어 생산국별, 종류별로 분류하고 전년대비 증감 여부를 분석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들려 그들의 환경보전활동에 대해 공부했다. 지역주민들과의 교류회(交流會)를 통해 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노력도 공부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돗토리대학에서 그곳 학생들과 환경에 대하여 합동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우리는 환경의 소중함을 생각하기 위해 이동하는 수단을 자전거로 했다. 하루 중 한 끼는 일본인들은 먹지 않는 모서리빵(빵귀)을 먹었다. 식수로는 수돗물을 마셨다.

 이번 연수에 우리가 이용했던 친환경적 교통수단인 자전거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일본 사람들은 자전거를 많이 탄다. 등굣길에 초·중·고·대학생, 남·녀 구분할 것 없이 많은 학생들이 자전거를 탄다. 거리엔 자전거 홍수가 인다. 직장인의 출근 시간에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자전거를 탄다. 햇빛에 반짝이는 자전거 바퀴가 가히 눈부시다. 가정주부도 장바구니를 싣고 거리를 달린다. 넘어질 듯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으며 아슬아슬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자전거도 자전거대열에 합류한다. 마치 홍학이 군무하듯 미끄러져가는 자전거의 행렬이 아름답다. 우리가 머물렀던 돗토리대학 캠퍼스에는 자동차는 보고 약에 쓰려고 해도 보이지 않고 자전거 행렬이 등·하교시간에 봇물 터지듯 홍수를 이룬다. 자동차주차장 표지판은 아무리 찾아봐도 잘 보이지 않고 자전거주차장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자전거들이 햇빛에 다이아몬드보다도 더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일본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자전거에 대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새 자전거를 파는 가게들도 많고 헌 자전거를 수리해주는 자전거수리점도 많다. 자전거를 잘 탈 수 있도록 만든 자전거도로도 많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 좋다고 하는 의식’을 많은 일본사람들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전거 타는 것이 편리하고 건강에 좋으며 경제적이고 특히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라는 것이 각인된 것 같았다. 자전거를 타자고 하는 캠페인도 없고 누가 강요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사회분위기가 자전거를 많이 타도록 돼 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하고 세수하듯 자전거 타는 것이 일상의 한 부분이 돼버린 것이다. 네덜란드에 갔을 때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보고 선진국 국민들이 이렇게 덜 선진화된 교통수단을 많이 이용하는가 하고 놀란 적이 있었다. 프랑스, 덴마크, 벨기에 등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자전거는 서민들의 필수교통수단이었다.

 우리나라를 보자.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조성됐는가? 도심의 거리에 자전거길이 얼마나 갖춰져 있는가? 새로 개발되는 신도시에는 자전거길이 만들어 지지만 기존 도시에는 따로 자전거길이 없다. 인도를 걷는 사람과 같이 써야 한다. 새 자전거를 파는 자전거포도 많지 않다. 더구나 자전거 수리점은 더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모처럼 큰 맘 먹고 자전거를 새로 사도 며칠 못 가서 자전거주차대에 매어지고, 방치된 자전거는 펑크가 나고 미관을 해치는 쓰레기로 애물단지가 된다. 근래에는 4대강개발 등 지역개발로 레저용 자전거길이 많이 만들어져 자전거타기 동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는 좀처럼 구축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 새로 진용을 갖춘 지자체단체장 등 주민대표들은 많은 주민들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서둘러 구축했으면 좋겠다. 민주니 인권이니 하는 거창한 것을 부르짖는 것보다 우리 주위의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바꾸어 큰 변화를 유도해보자. 그 시작으로 자전거를 많이 타는 우리의 일상을 만들어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의 길거리에도 대학 캠퍼스에도 자동차 대신 자전거가 넘쳐나지 않을까?

 황의영<전북대 무역학과 강의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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