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재의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가 절실
지역 문화재의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가 절실
  • 윤형섭
  • 승인 2014.07.17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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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남원시 운봉고원 일대에서 신라 후기 특징을 보이는 2기의 고분과 토기가 발굴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이 지역에서는 백제와 가야 유물이 집중 출토되었지만, 신라 고분이 조사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는 백제와 신라가 이 지역을 중심으로 서로 패권을 다투던 삼국시대의 세력 관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옛것을 찾아내 발굴하고 그것을 잘 관리하여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재를 다시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2008년 2월 방화로 불탄 숭례문을 전통기법과 재료로 복구하기 위해 다양한 고증과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등 최고의 장인이 참여해 5년 만에 복원공사를 마치고 우리들 품으로 돌아왔지만, 반년 만에 단청은 벗겨졌고, 기둥과 추녀는 갈라지고 뒤틀렸다. 전통기법과 도구로 복구하기로 한 기본원칙을 어기고 실제 공사에서는 시공 편의를 위해 조선 전기부터 중·후기 그리고 현대양식까지 뒤섞은 채 시공을 해버려 시대적 통일성과 일관성도 없게 되어버렸다.

 면밀한 고증 및 일관된 복원기준에 따라 복원 기간만 반세기가 걸렸다고 하는 일본의 ‘금각사’는 문화재 관리의 모범사례이다. 경내에 방수 총 30기, 자외선카메라 36개가 설치되었으며 실시간 모니터링과 직원 상주 등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방재시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문화재를 지키고자 하는 의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문화재 복원은 훼손된 부분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고증하고 잃어버린 모습을 원래대로 회복해야 한다. 얼마나 빨리 복원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필자가 근무하는 LX대한지적공사는 문화재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 3D 정밀 측량을 통해서 문화재별로 과거로부터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3D데이터를 활용하여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소실이나 훼손으로 복원이 필요할 때 중요한 기초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문화재청과 함께 올해 전주시 조경단, 이목대, 오목대를 대상으로 도내 최초로 사적지 지적공간정보 시스템 구축 사업으로 문화재의 보존 및 체계적인 관리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구축해 문화재 관리에 노력하고 있다.

 문화재는 역사와 문화의 산물로 국가와 그 지역의 정체성을 세우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에 문화재 관리를 위해 주변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개발행위에 대해 ‘문화재 영향검토’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표조사 및 발굴조사 실시에 따른 비용을 일정규모 이하인 건설공사에 한해 국가나 지자체가 문화재 발굴조사에 소요되는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일정규모 이상은 모든 비용을 민간이 부담하고 그동안 공사는 중단되고, 보호 명분으로 발굴된 문화재는 개인이 가질 수 없으며 국가로 귀속되어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매장문화재의 발굴은 우리의 잊혀진 역사를 되찾는 중요한 일임이 틀림없다. 문화재를 발굴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나 인식을 같이한다. 그러나 정작 주변에 문화재가 있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이 자신의 땅에 권한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개인 소유의 가치와 국가적 문화유산 가치를 모두 아우르는 대책을 마련해야 선조들의 역사가 서린 문화재로 인한 제재나 불이익에 따른 불편을 어느 정도 이해할 것이다.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유·무형의 문화 자산을 가지고 있는 위상에 걸맞게 전북을 찾는 관광객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관광산업이 주요 산업 중 하나로 성장했고, 전북 관광의 기본베이스가 문화유산이 되었다. 이를 관리할 인력과 예산을 늘려 문화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이를 전담하고 있는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전담조직조차 없어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다. 새로이 당선된 민선 6기 도지사는 문화 · 역사 유산과 예술을 기반으로 한 관광산업 육성을 중점사업으로 선정했다. 전북의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고 알리기 위해서는 숙박, 쇼핑, 음식 위주로 구성된 관광을 문화유적 탐방코스로 만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등의 활용 대책이 강구될 수 있도록 전담조직과 인력 확충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문화재는 역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역사와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도내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로서도 상당한 부가가치를 지닌다. 이에 문화재 지정과 등재도 중요하지만,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가 절실하다.

 윤형섭<대한지적공사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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