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무장관 무차관’, 잠재적 상실이 문제다
전북 ‘무장관 무차관’, 잠재적 상실이 문제다
  • 임환
  • 승인 2014.07.1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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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치 위반 효과’라는 게 있다. 사람들은 미리 기대치를 만들어 놓고 있다가 그렇게 되지 않으면 더 크게 실망한다는 말이다. 전북의 ‘무장관 무차관’ 시대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우울한 시각엔 잠재적인 상실감이 더 클 것이라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는 인사 대탕평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지역별로 고른 인재 중용을 통해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온 터여서 ‘무장관 무차관’을 바라보는 기대치 추락의 박탈감이 적잖을 것이란 말이다.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엔 실제로 전북 출신 장관과 차관의 맥이 끊겼다. 출발은 기대감을 잔뜩 부풀렸다. 1기 내각에 진 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종길 전 문체부 차관 등이 중용됐고,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진 장관과 박 차관은 뜻하지 않게 중도 하차했고, 김 전 장관은 얼마 전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장관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각에 1명 남아 있던 전북 출신인 이경옥 안행부 2차관은 세월호 참사 대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고, 그 후임에 충북 출신의 전 국방대학교 총장이 지난 15일 내정됐다. 인사 대탕평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가치가 높았던 터여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떨칠 수 없는 대목이다.

  중앙의 한 일간지는 16일자에서 국가권력의 ‘PK 독식’ 시대란 기사를 내보냈다. 국가의전서열 상위 10위 중에서 여덟 자리가 모두 부산·경남(PK)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분석이었다. 입법과 사법, 행정의 최고위직을 특정지역이 장악했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전북 입장에서 보면 정말 기댈 곳이 없는 상황이다. 최고위직은 물론 장관과 차관 자리마저 지역 인재가 등용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자괴감도 든다.

  사실 국회 김윤덕 의원(전주 완산갑)이 지난 6월에 분석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인사탕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통계로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장차관급 인사 116명의 출신지를 분석해 보니 전북 출신은 앞서 언급한 4명, 3.4%에 만족했다. 지금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만 전북의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출신이 전체의 27.6%를 차지했고, 인천과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비중은 31.9%로 늘어난다. 여기다 부산과 경남 등 이른바 PK 출신이 총 19명으로 16.4%를 차지했으며, 대구와 경북 등 TK 출신도 17.2%에 달했다. 호남 전체로 보면 11.2%를 나타냈지만 광주(3명)와 전남(10명) 출신이 전북의 3배 이상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인구대비 점유율과 비교해서 전북의 3.4% 비율이 썩 나쁘지 않다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상실도 비례하고, 낙후 전북에 대해 배려를 희망했던 만큼 실망이 더 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장·차관이 모든 일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전북 출신 고위 공직자들도 중앙부처 곳곳에 포진해 있어, 굳이 소외와 홀대란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지역민들과 공직사회의 심리적 위축감은 무게로 잴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우리 스스로도 뼈아픈 자성을 해야 할 것이다. 그만큼 전북 인물을 키우지 못했거나, 지역 인재를 자랑하지 않고 깎아내리지 않았나,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고민해 볼 일이다. 전북 정치권은 선거 때만 되면 전북이 지켜줘야 한다고 강변하면서, 지역 인재의 앞날에 대해선 고민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전북 무장관 무차관 시대에 대해서도 정치권은 가슴 아프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인사 대탕평의 원칙을 고수해야 할 것이다. 인사가 만사란 말을 굳이 꺼내지 않아도 국가 대개조는 국민 대화합을 통해 이뤄지는 것인 까닭이다. 향후 인사에서는 전북인의 잠재적 상실감까지 껴안을 수 있는 속 시원한 인사를 보고 싶다.

 임환<본보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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