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와 언론
다문화 사회와 언론
  • 김선남
  • 승인 2014.07.15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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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150만 명을 넘어섰다.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2014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르면, 국내 거주 장기 체류외국인, 귀화자, 외국인주민 자녀 등 외국인은 총 156만 9740명이었다. 지난 1990년대 말의 경우 미군, 관광객, 산업연수생 등 외국인은 38만여 명 수준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 이들은 국내 총인구의 3% 가량에 해당하고 있다. 전라북도의 경우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한 외국인은 전체 인구(187만2965명)의 2.1%(3만9777명)를 차지한다. 이들의 국적은 중국,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다양하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다문화’, ‘다인종‘ 현상은 국가경쟁력 확보의 한축을 이루고 있다. 다문화는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는 남성들의 국제결혼 수요에 힘입어서 그 속도가 더 빨라 질 것 같다. 안전행정부(2013)의 ‘외국인주민현황’ 조사에 의하면, 다문화 가족은 2013년 현재 75만 명 내외이지만, 2020년에는 100만 명을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제 쉽게 외국인을 공항이나 버스터미널 주변에서는 물론 작은 도시의 골목길이나 이름 없는 시장 통에서도 만날 수 있다. 얼굴색이나 외모, 언어는 달라도 그들은 이제는 결코 이방인이 아니다. 수년전만 해도 외국인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매우 배타적인 것이었다. 십수년전 필자는 미국의 한 대학교수와 익산의 재래시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아주 키가 큰 흑인이었다. 우리가 시장 안에 들어서자 그를 둘러싼 묘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형성되었다. 시장 상인들을 포함해서 장을 보던 손님들 상당수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그 시선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들은 키가 그토록 크고 새까만 피부를 지닌 외국인을 평생 처음 만났을지도 모른다. 일부 상인과 손님들은 그에게 야릇한 웃음과 이상한 시선을 보냈다. 그는 결국 불쾌감과 모욕감을 표출하고야 말았다. 만약 그가 백인이었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되었을까.

  ‘다문화’는 복수의 문화공존을 전제로 한다. 다문화 사회는 복수의 문화가 공존할 때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 서구와 달리 우리의 다문화 정책은 ‘공존’보다는 우리 문화에 대한 ‘동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어서 외국인의 ‘한국화’를 기대한다. 게다가 우리 다문화는 주로 농촌지역의 남성과 결혼을 하기 위해서 모여든 동남아 지역의 여성들이나 저임금의 노동력을 가지고 생계유지 목적으로 동원된 동남아 지역의 남성들에 의해서 자리 잡았다. 이에 우리는 외국인에 대한 이해나 배려, 통합에는 관심을 거의 두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우리 사회가 다문화의 갈등과 충돌로 인하여 생산된 사회문제로 인하여 고통을 겪을 수 있을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과연 우리는 다문화를 대세로 받아들이고 또 외국인을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인가.

  우리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 우리 문화나 언어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외국인을 무시하거나 차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언론은 다양한 문화를 전달하는 환경감시 기능뿐만 아니라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를 조정하고 이들을 통합시키는 상관조정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론은 소수집단에 대한 특정한 이미지를 부여하는 프레임 기능도 수행한다. 우리들은 언론이 다루고 부각시키는 것을 ‘사실’ 혹은 ‘진실’로 수용한다.

  언론은 외국인을 부정적으로 접근하거나 공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보도하여 그들의 이미지를 왜곡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의 인권을 침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자협회 자료(2011)에 의하면, 일부 언론은 외국인 노동자를 부정적인 존재로 묘사하였으며, 특히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부각시켰다(예, ‘범무부, 구제역 차단위해 외국인 노동자 이동자제 당부’, ‘보수단체 간부 모친 살해 용의자 조선족인 듯<연합뉴스, 2011.3.22>). 일부 언론은 외국인 범죄를 확대 재해석하여 그들에 대한 이미지를 범죄 집단으로 각인시켰다(예, ‘유학생 경쟁적 유치, 외국인 범죄양상’<강원도민일보, 2010.3.24>).

  최근에도 일부 언론의 외국인 관련 보도는 여전히 편파적이고 선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언론들은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서 농촌 지역으로 이주한 여성들이나 다문화 가정을 문제의 원인제공자로, 혹은 보호의 손길이 필요한 무능한 존재로 규정하였다. 또 일부 언론은 조선족을 살인, 성폭행, 폭력 등과 같은 강력한 범죄의 가해자로 집중 부각시키기도 하였다. 그 결과 우리 주변의 외국인은 ‘문제아’, ‘위험한 범죄 집단’ 등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와 ‘그들’을 하나로 묶어서, 서로를 조정하고 통합시키는 성숙한 언론의 역할이 필요한 때다.

  김선남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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