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혼자 두고 밥솥 뚜껑 열어놓고 일하러 간 엄마…
아이 혼자 두고 밥솥 뚜껑 열어놓고 일하러 간 엄마…
  • 김보금
  • 승인 2014.07.14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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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에 읽은 신문기사 제목이다. 사연인즉, 지적장애 3급인 33살의 엄마는 3월부터 두 살배기 아들을 혼자 방에 둔 채 광주의 한 공단에 일을 나가기 시작하였다. 구구절절 남편과의 어려운 개인사가 있지만, 여하튼 혼자서 아들을 키워왔던 그녀는 월 50만원의 생활비가 모자라 지난 3월부터 인근공장에 나가게 된 것이다.

 그녀는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10시간 동안 혼자 있어야 할 아이를 걱정하여 밥솥에 한가득 밥을 지어서 밥솥 뚜껑을 열어둔 채 출근을 하였다. 온몸에 밥풀을 덕지덕지 붙인 아이를 밖에서 창문을 통해서 발견한 이웃이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세상이 알게 된 사연이다.

 세상엔 누구나 귀하고 귀한 생명으로 태어나건만 누구는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멋진 직장 내의 어린이집에서 하루하루를 안락하고 유익하게 보내는가 하면 주위에 보육시설 하나 보호의 손길 하나 없이 온몸에 밥풀을 덕지덕지 붙이며 위태롭게 보내기도 한다. 한가득 지은 밥솥을 열어놓고 밖에서 문을 잠근 채 발을 동동거리며 일터로 향하는 엄마를 향해 돌을 던질 수 있는, 누구 죄 없는 자 나와 보았으면 좋겠다.

 최근 나는 김제와 부안의 업체담당 책임자들과 대전에 있는 근로복지공단을 다녀왔다.

 농촌지역 여성들의 일자리를 연계하면서 어린아이들 때문에 출퇴근이 어렵고 불안해서 일할 수 없다는 여성구직자들의 이야기와 공단 안에 직장 어린이집이 있다면 좀 더 많은 여성들을 취업시킬 수 있겠기 때문이었다. 사실 나의 주요업무는 구인업체와 구직자와의 취업연계 및 계속고용을 권장하고 취업 후의 관리 등이지만, 보육여건의 해결 문제가 절실하기만 한 업무분야라는 걸 날이면 날마다 체감하며 지낸다.

 보육시설 문제는 타 기관의 업무라서 전적으로 나서지도 못한 채 1년여 동안 안타까움만 더해가고 있다. 끝내 직장 어린이집 공개 모집 안내문을 보고 근로복지공단 본부에 연락했다. 전북과 가까운 대전까지 두 개 업체 담당자를 설득하여 직접 다녀왔다. 마감일자가 얼마 남지 않아서 이미 전주 산단에 있는 직장 어린이집을 견학하고 관련서류를 작성하였다. 산단을 공동으로 운영할 기업체 10여명과의 회의 등으로 부산한 일주일이었다.

 50여명의 아동들이 엄마의 손을 잡고 와서 전문교육기관에서 선생님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보육 된다면 일하는 엄마들의 마음이 얼마나 행복하고 안정되고 능률적일까 싶으니 자료를 만들고 여기저기 연락하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나의 일이 하나도 힘들지 않고 도리어 즐겁고 행복할 따름이었다.

 우리의 수많은 딸들이 대학을 졸업하지만, 경제활동의 참가율은 62,4%에 불과하다. OECD 국가 평균 82,6%(2011년)에 대비해 저조한 편이다. 이는 결혼과 함께 육아에 대한 부담이 경력단절을 유발하는 게 주요 요인이다. 종업원 300명 이상이면 직장이라면 어린이집을 의무화해야 할 사업장이다. 하지만, 지키기도 어렵거니와 대부분이 중소업체로서 300명이 넘는 종업원을 기용한 기업체가 흔치도 않다. 더욱이 2~5세 사이의 어린아이를 맡아줄 만한 직장은 거의 없다. 때문에 산업단지 내의 10개 업체의 아동수를 확인하고 공동 보육이 가능한지 사전 수요조사 등을 통해 공동운영하는 산단형 직장 어린이집만이 답이지 싶은 바다.

 요즘은 친구들이 모이면 자녀결혼과 함께 손녀 손자 자랑들이다. 한편, 부럽기는 하지만 딸만 둘인 나로서는 “엄마 일하게 아이 좀 봐 주세요.” 라고 부탁해 온다면 과연 어떤 대답을 하게 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팔다리에 힘이 없어서? 아니면 나도 일해야 하니까? 뭔가 좀은 완곡한 거절의 대사 몇 개쯤을 준비해둘까? 말까?

 적어도 어린 아이 혼자에게 밥솥을 통째로 맡기기 위해 뚜껑을 열어두고 일하러 나가야 하는 우리 사회의 젊은 엄마들이 더는 갈등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나 우리나라가 더 먼저 더 간곡하게 고민하고 척결의 수순부터 밟아주기를 나는 소망한다. 세상을 존재케 하는 뭇 생명의 당위성을 위하여 나는 지금 건배하고 싶다.

 김보금<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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