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기초연금인가?
누구를 위한 기초연금인가?
  • 최낙관
  • 승인 2014.07.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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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기초연금제도가 이달 7월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 소득 하위 70%에 있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 그간 본 제도가 출범하기까지 정쟁의 대상이 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만큼, 특히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던 저소득 빈곤노인들이 기초연금에 거는 기대는 오랜 기다림만큼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이 시행되자마자 시민사회와 복지계는 제도개선을 강하게 요구하며 정부를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한 많은 쟁점이 있겠지만, 그 논란의 중심에는 기초연금 수급대상자 중 약 40만명에 해당하는 기초보장 수급자인 빈곤노인들의 소외와 박탈감이 자리 잡고 있고 이제는 수면 위로 올라와 ‘도끼상소’로 까지 번지고 있다.

 우선 현행 기초연금은 기존 기초노령연금의 ‘업그레이드된 상품’으로 규정할 수 있다. 노인 빈곤율이 OECD국가 중 1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빈곤노인들의 기본적인 소득 보장을 위해 공적 부조 성격의 기초연금을 매달 약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두 배 올렸다는 점과 기존의 기초노령연금과 달리 현행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고려 수급액을 차등해서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차이이다. 하지만, 저소득 빈곤노인들에게는 이러한 제도의 실행이 ‘득’이 아닌 ‘화’로 작용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공적 부조인 기초연금은 노인들을 위한 최소한의 소득보장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곤노인들을 소위 두 번 울리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 어르신이 받는 기초연금액 20만원이 기초생활보장제도 상의 소득인정액으로 계산되어 중복급여라는 이유로 대표적인 공적 부조인 기초급여에서 20만 원이 차감되거나 아예 받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겹게 삶을 영위하고 있는 빈곤노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결과적으로 주었다 빼앗는 기초연금은 국가가 쳐놓은 일종의 치밀한 ‘덫’이자 ‘폭력’인 셈이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은 물론, 기초연금법의 제1조에서도 “노인의 생활안정과 복지 증진”을 목적을 명시하고 있고 기초생활보장법 제1조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직시할 때, 정부의 태도와 입장이 과연 사회정의에 부합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그 때문에 시민사회와 관련 전문가들은 기초연금과 기초급여를 각각 독립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법과 시행령의 개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예산부족, 소득역전현상 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유럽의 복지선진국에서는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이 대부분 노인들에게 노후소득보장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 약 세 명 중 한 명만이 국민연금을 수급하고 있어 노후보장의 사각지대는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결국, 노후보장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저소득 빈곤노인들이 기댈 수 있는 대안은 기초생활보장과 기초연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제도들 역시 낮은 수급률과 급여액 그리고 중복수급 불가 등의 제도적 한계를 갖고 있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복지가 사회정의에 부합할 때,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은 배가 된다고 본다. 빈익빈 부익부와 같은 소득 불평등은 사회정의를 훼손하는 ‘악의 축’ 중 하나이고 그래서 노인빈곤은 극복되어야 할 사회악임이 틀림없다. 바로 기초연금이나 기초보장이 이러한 궁극적 목적을 위해 도입된 만큼 문제점들이 있다면 제도 개선을 통해 저소득 빈곤노인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간단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사회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출발점이기에 ‘반드시’라는 당위성을 가지고 실행에 옮겨야만 한다.

 최낙관<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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