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미 아사의 ‘얼어붙은 송곳니’
노나미 아사의 ‘얼어붙은 송곳니’
  • 김효정
  • 승인 2014.07.14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효정의 명랑한 소설관람 17.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 불리 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본능이 아닌 이성으로 판단하고 움직인다는 점 때문이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로 인간이 얼마나 이성적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요즘 인간들의 행태가 과연 동물보다 얼마나 낫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얼마나 인간답게 살고 있는 것일까.

 노나미 아사의 <얼어붙은 송곳니>는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작품이다.

 115회 나오키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작가의 대표작이자 그녀의 시리즈 캐릭터인 여형사 오토미치 다카코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장편이기도 한데, 늑대개와 연쇄살인이라는 코드가 맞물리면서 조금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한남자의 벨트에서 시작된 폭발사고와 함께 정체모를 짐승에게 목덜미가 물려 죽는 살인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일본경찰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사본부를 꾸린다.

 경찰청 기동수사대 소속 오토미치 다카코는 사건 해결을 위한 특별 팀에 소속되고 15년차 베테랑 다키자와와 파트너가 되어 사건을 수사해 간다. 그리고 연이어 발견되는 같은 흔적의 시신들.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의 방향은 한 지점을 향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오토바이 추적 임무를 부여받은 다카코는 오랫동안 세워 놓았던 오토바이에 오른다.

 그녀가 쫓는 살인 늑대개 ‘질풍’이 보여주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무척 고고하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철저히 계획된 ‘질풍’의 행적들은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으로 빈틈없고 정확하지만 그러한 질풍을 이용하는 인간의 이기심과 어리석음은 한없이 안타까울 뿐이다.

 특히 주인공 다카와를 비롯해, 형사 다키자와, ‘질풍’의 주인이었던 다카기 가쓰히로까지 인간에 대한 불신과 그로 인해 파괴된 그들의 가정은 ‘질풍’이 보여준 헌신과 대비되면서 인간의 교만함과 나약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이 작품은 여성 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주인공 다카코는 서른이 갓 넘은 이혼녀. 남성들만의 세계라고 인식되는 경찰집단에서 다카코는 그녀가 갖춘 조건(?)으로 인해 오해와 편견의 눈길을 한 몸에 받는다.

 게다가 한 조가 된 15년차 다키자와 형사는 ‘여자형사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주는 인물. 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다카코의 모습은 현 사회의 조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들의 풍경이기도 하다. 아무리 양성평등 시대를 부르짓는 요즘이라지만 남녀차별과 불평등은 조직 내에서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조곤조곤 그려지는 동안 사건도 하나씩 하나씩 풀려가고, 결국 다키자와 형사와의 갈등도 점점 동지애로 바뀌어 간다. 긴장감보다는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설명이 디테일한 작품으로 1990년대 사회비판 소설의 뼈대를 간직하며 함축적이지만 날카롭게 당시 사회상들을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하울링’이라는 제목으로 이나영과 송강호가 주연을 맡아 영화화되었다. 늑대개 연쇄살인사건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풀어내면서 감독은 사회의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을 함께 담아냈다. 원작이 있는 영화들이 대개 그렇듯 이 영화도 원작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이름값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아쉽지만 원작의 기본을 따르려는 의지는 충분했다.

 지금도 우리는 서로 물고 물리는 생존 게임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그 생존게임 속 관심과 무관심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주변인들, 그들을 향해 아프게 내리꽂는 송곳니는 늑대개가 아닌 우리 인간의 것일지도 모른다.

 김효정<북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