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과 직선이 어울려야 완벽한 도형을 그린다
곡선과 직선이 어울려야 완벽한 도형을 그린다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4.07.13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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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완주 전 지사가 직선이라면 송하진 현 지사는 곡선이다. 전자가 떨어지는 물이라면, 후자는 흐르는 물이다. 직선과 수직 낙하의 물은 강하고 속도가 빠르다. 두 점의 최단거리를 이은 게 직선이다. 낙수(落水)도 옆을 보지 않고 곧바로 떨어진다. 김 전 지사는 그래서 신속한 일 처리, 강력한 추진력을 좋아했다. 급하면 계단을 오를 때 두 개씩 건너뛰는 모습도 직선형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해가 된다. 새만금특별법 제정, 국가 예산 5조 원 시대 달성 등이 바로 이것, ‘직선의 리더십’에서 나왔다.

 곡선과 흐르는 물은 조화와 안정의 특성을 지닌다. 부드럽게 감싸며 어느새 도형의 완성을 주도하는 게 곡선이다. 흐르는 물은 유(柔)한 것 같지만, 기어이 바다에 도달한다. 송 지사가 탄소 관련 대기업 유치 과정에서 보여준 둥글고 부드럽지만 뜨거운 열정은, 반드시 일을 성사시키는 완성형의 곡선에서 비롯한다.

 전주시장 재임 시절, 효성 전주공장을 끌어오기 위해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고 두터운 신뢰를 쌓은 일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의 단면일 뿐이다. 바쁜 시간에 돌고 돌아가는 것 같지만, 정확히 목적지에 도달하는 ‘곡선의 리더십’이 일궈낸 성과물의 하나다. 송 지사가 취임 직후 점진적이란 뜻의 인크리멘탈(Incremental) 변화를 강조하되, 효율을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직선이 집중력이라면 곡선은 상상력이다. 도정은 그동안 집중력에만 익숙했다. 김 전 지사 시절, 밤새 불 켜놓고 열심히 일하면 위안이 됐다. 송 지사는 외형보다 내실, 겉피보다 내면을 중시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을 잘 처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송 지사가 창의적 도정을 강조하며 사고의 전환, 접근방식의 변화를 주문한 것도 형식에 치우치기보다 내실을 다지자는 말이다. 집중에 그치지 말고, 상상력을 버무리라는 뜻도 포함돼 있다.

 이제 행정도 창의와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한다. CEO인 송 지사가 이를 주문하고 있으니, 도청 청원들은 지금부터 마음껏 상상하고 통찰해서 새로운 접근에 나서야 한다. 수직 낙하의 물이 바위를 뚫을 수 없다면, “왜 굳이 바위를 뚫어야 하느냐”고 상상해야 한다. 무조건 돌격이 아니라 작전타임을 부르고,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다른 방법을 찾되,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집중력을 잃으면 안 된다. 필요하다면 전광석화처럼 결단을 내리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너무 점진적인 것만 생각하기엔 전북의 상황이 엄중하다. 다른 시·도는 일찌감치 뛰고 있는데, 전북은 이제 출발 라인에 서 있는 처지다. 그래서 곡선과 직선의 하모니가 필요하다. 직선으로 다양한 도형을 그릴 수 없듯, 곡선으로 모든 도형을 완성할 수 없다. 완벽한 창조물은 곡선과 직선의 혼합을 통해 실현된다. 송하진 도정에 직선이 필요한 이유다.

 그 역할은 이형규 정무부지사가 맡으면 어떨까 한다. 정무부지사의 임기는 길지 않다. 이 부지사는 과거 강현욱 지사 시절, 행정부지사를 지내며 집안 살림을 잘 챙겼다. 일종의 유(柔)한, 흐르는 물 역할을 충실히 했다. 이제는 송 지사의 곡선 스타일에 맞춰, 이 부지사가 ‘보완적 직선’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진언을 해야 한다면 서슴지 않아야 하고, 쓴소리도 아껴선 안 될 것이다. 이 부지사는 송 지사에게 아픈 소리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직의 체계가 있으니 단둘이 있을 때 고언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연한 일이자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내부 행정 살림은 심덕섭 행정부지사에 맡기면 된다. 송 지사와 심 부지사, 이 부지사는 모두 정통 관료 출신이다. 내치(內治)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북의 미래 비전을 그리고, 국가 사업을 따오는 외치(外治)에서 곡선과 직선을 자유롭게 하는 일이 필요한 것 같다.

 
 박기홍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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