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승재후(德勝才厚) 재승덕박(才勝德薄)
덕승재후(德勝才厚) 재승덕박(才勝德薄)
  • 조미애
  • 승인 2014.07.08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박 2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갔다. 시주석의 방한으로 한반도를 둘러 싼 국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으나 중국과 한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가까워진 느낌이다. 특히 이번 방한 기간 동안 보여준 외교적 행보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시 주석은 서울대학교 특강에서 ‘욕궁천리목欲窮千里目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라는 당唐나라 왕지환의 한시로 강연을 시작했다. ‘천리까지 보기 위해서 누각 한 층을 더 오른다.’는 말이다. 이 시는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가 선물했던 글귀이다. 중국은 절대 다른 국가들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며 개방 전략을 유지하면서 주변 나라들의 믿을 만한 동반자로서 아시아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가 말한 대로 한국과 중국이 의義와 이理를 동시에 추구하는 동반자적 발전을 어떻게 이루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동반한 펑리위안 여사의 행보도 큰 관심이었다. 덩샤오핑鄧小平 이래 중국의 영부인은 대외 활동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활발한 외교 활동에 동행하고 있는 펑 여사는 인민해방군 가무단 소속의 민족성악가로 잘 알려져 있다. 2008년에 쓰촨성四川에 지진 참사현장에도 외동딸 시밍쩌習明澤와 함께 재해복구에 동참하였으며 위문활동을 하였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에서 54위에 오르기도 했다. 펑 여사의 패션도 관심을 끌었다. 청와대에 마련된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후에 창덕궁을 방문한 그녀는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가 연상되는 긴 흰색 재킷에 진녹색의 하이힐과 녹색 브로치로 포인트를 준 차림이었다. 중국에서 녹색은 성장과 번영을 의미한다고 한다. 몇 장의 사진을 보면서 하얀 재킷이 APEC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방문시 발리로 출국할 때 입었던 옷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공개된 몇 장의 사진에서도 같은 재킷이 보였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의 국민가수이면서 통치자의 영부인이 보여준 화려하지만 낭비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펑 여사는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후덕재물厚德載物이라는 글귀를 직접 붓으로 써서 미셸 여사에게 선물한 바 있다. 후덕재물은 주역에 있는 구절로 덕을 두텁게 하여 만물을 포용한다는 뜻이다. 덕德은 말과 행동이 적절하고 마땅하여 밖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고 안으로는 마음에 얻은 바가 있음을 가리킨다.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을 보면 정치가는 덕이 없이 능력만으로 정치를 할 수 없다 하였다. 덕은 통치자의 중요한 덕목으로 백성을 사랑함에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다. 덕으로써 정치를 하는 것은 도덕에 의거하여 정사를 베푸는 것이다. 논어에서는 ‘정치에 종사하다’와 ‘정치를 하다’는 말을 구분하고 있는데 정치에 종사하는 것은 관리가 되는 것이고 정치를 하는 것은 정사를 베푸는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는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가 연이어 낙마하고 장관 후보자들 역시 도덕적 결함으로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소란하다. 덕승재후德勝才厚 재승덕박才勝德薄이라 하였는데 재주가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능력을 키우면서 덕을 함께 키우지는 못하였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밖으로는 한반도를 둘러 싼 국제정세가 피아를 구분 할 수 없는 긴장이 조성되고 안으로는 6.4지방선거가 끝나고 여야의 팽팽한 선거 결과로 출범하는 민선 6기와 연이은 인사 실패로 국내외정세가 어수선하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이 협력할 상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작년 1월 49.8%에서 올 6월에는 60.8%로 늘어났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중국이 한국 편에 설 것으로 본 응답자는 7.1%에 불과했으며 미국이 우리나라를 도울 것이라는 응답은 90%였다. 상대국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외교로서 방한에 성공한 시진핑 주석내외를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인지가 더욱 분명해졌다.

조미애 <詩人>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