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의 예산심사권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의회의 예산심사권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이춘석
  • 승인 2014.07.07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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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각 부처 예산안에 대한 기재부 심의가 한창이다. 기재부가 각 부처의 예산요구를 토대로 심사?편성한 안은 정부안으로서 9월 23일까지 국회에 제출될 것이다. 국회는 올해 처음으로 예결특위를 상임위화하면서 연중 상시 개회를 원칙으로 합의했다.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보다 실질화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진일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국회의 예산심사권에 대한 여론은 썩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연말이 되면 각종 언론들이 연례행사처럼 쏟아내는 헤드라인 속에 그 단면들이 있다. 쪽지예산, 밀실예산, 호텔예산 등등 하나같이 부정적인 조어들이 대부분이다.

예산심사 과정을 언론을 통해서만 지켜보자면 국민 세금 걷어서 힘 있는 사람끼리 호텔에서 다 쪼개 먹는다고 하기에 딱 좋은 풍경이다. 과연 정말 그런 것일까? 그 속내는 이렇다. 이런 피 튀기는 몸싸움이나 쫓고 쫓기는 각축전이 무색할 만큼 의회에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예산 규모는 많아야 3조원 내외로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1%에 불과하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의 대부분은 이미 그 용도를 움직일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회가 정책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은 것이다. 그 1%의 여지 안에 지역 대표성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지역예산에 대한 요구와 야당의 경우엔 정부를 통해 사전에 반영할 수 없었던 정책적 예산에 대한 요구를 모두 담아내야 한다. 이마저도 정부와 여당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선 지난한 협상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쪽지예산이란 달팽이 뿔 위의 싸움과 같은 전쟁터에서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는 지역의원들의 궁여지책이다. 여기에 예산을 직접 심의하는 의원들은 학연이나 지연 등을 타고 들어오는 각종 협회나 이해관계인들의 로비를 차단하고 중립적인 견지에서 심사를 제때에 마치려면 연락을 두절한 채 은신 아닌 은신이 불가피하다. 호텔예산이 아니라 사실상 감금예산이라고 해야 더 적확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막상 언론들은 이런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마치 국회가 나라 예산을 다 쥐고 흔드는 것처럼, 할 일 없이 정부의 발목이나 붙잡는 것처럼 떠들썩하다. 이렇게 반복되는 왜곡과 호도 속에서 국회의 예산심사권은 사실상 유명무실화를 넘어 심지어 폄훼되어 왔다. 99%의 예산을 휘두르는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마지막 권한인 의회의 심사권이 이렇게 형해화되어 온 배경에 대해선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가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99%의 편성권한을 가지 정부에 대한 견제가 전무한 상황에서 1%의 견제기능을 하려는 의회에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은 분명 형평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사실상 독점체제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의회의 제한된 권한이나마 실질화해 견제의 기능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국회 예산심의가 중요한 이유는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각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지역현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전국의 균형을 잡는 기능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2012년이 되어서야 예결위 계수소위에 전북 의원을 넣을 수 있었다. 그 전까지 5년 간 전북은 예산배정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도당위원장이 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계수소위에 전북 몫을 넣는 것이었고 각고의 노력 끝에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2년 연속 전북의원이 계수소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전북은 수도권과 비교해도 물론이고 호남에서도 더더욱 소외받는 지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예결위 간사로서 재량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이런 부분을 바로 잡을 생각이다. 예산배정이 지역적 균형을 고려해 이루어지기만 해도 전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첫 레이스에서 예결위 간사를 맡게 되어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예산심사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전북 발전에 청신호를 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토대 위에서 도민이 오래도록 고향을 떠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사람 중심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으로 지금 이 시대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춘석 /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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