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 이렇게 열자 <4> ‘잘못된 관행’ 탈피하자
민선 6기 이렇게 열자 <4> ‘잘못된 관행’ 탈피하자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4.06.2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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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출신 정치인 A씨는 과거 관료 시절에 '지당대신'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다. 국내 유명대학을 나온 엘리트 중의 엘리트. 그는 도의회에서 낮은 포복으로 유명했다. 도의원의 질문에 "한 마디로 빼놓을 수 없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라며 추임새를 넣곤 했다. 덕분에 그는 도의회의 칼날을 피할 수 있었다. B씨는 지방의원 시절 '호통의원'으로 악명을 떨쳤다. 집행부 행정사무감사에서 직원들이 대꾸라도 하면 "그게 말이나 되느냐"고 목청부터 높였다. 논리적 타당성 여부를 떠나 집행부 직원들은 "잘 알았습니다"라고 한 발 빼는 게 상책이었다.

 민선 자치 20년을 넘겼지만, 정치가 위이고 행정이 아래인 '정고관저(政高官低)'의 잘못된 관행은 여전하다. 정치권은 야단을 치고 행정이 읍소하는 모습은 80, 90년대 옛 이야기가 아니다. 9대 도의회에서 백주에 벌어졌던, 21세기 전북의 지방의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화다. 전직 고위공무원 C씨는 "의회가 예산심의권이란 칼자루를 쥐고 있어 집행부와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며 "의회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보다 논리와 근거로 집행부를 견제해야 하고, 집행부도 소신과 철학을 갖고 적극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갈이 폭이 큰 10대 지방의회, 변화와 쇄신 차원에서 이른바 갑(甲)질 의정 활동을 탈피해야 할 것이란 여론이다. 전북도와 일선 시·군도 필요한 사업이라면 타당성 자료를 갖고 의회를 당당히 설득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의회를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지역민과 중앙부처도 이해를 구할 수 없을 것이란 견해다. 정치권의 C씨는 "의회와 집행부가 정책 당위성을 놓고 치열하게 싸워야 전진의 역사를 쓸 수 있다"며 "호통과 눈치만 있다면 불행한 관계"라고 말했다.

 집행부 본청과 산하기관의 역학관계도 개선해야 한다. 산하기관을 하도급 기관쯤으로 바라보는 일부 공직자들의 시각을 교정하고 상호협력과 상호존중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말이다. 전북도는 한때 산하기관 간섭 논란이 불거져 실태 파악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10월께 도의회가 문제를 제기했고, 김완주 지사는 답변을 통해 "일부에서 지나친 간섭과 규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협의를 빙자해 지나치게 출연기관을 간섭하는 일이 없도록 행태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기관의 D씨는 "산하기관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라며 "상급기관이 산하기관 직원을 몸종 다루듯 한다면 전문가의 소신과 철학은 실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집행부와 각급 기관의 관계정립은 새 단체장의 의지에 달렸다"며 "기관 특성과 업역을 존중하되, 방향과 목표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력 교체기에 빈발하는 전임 단체장 흔적 지우기도 '무조건'이란 토를 단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컨대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해당 지역을 상징하는 브랜드 로고와 슬로건을 교체한다면 지역의 연속적 이미지를 만들어 갈 수 없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권력이 바뀌면 전임의 그림자를 지우려 각 분야에서 거꾸로 가려는 사례를 많이 보게 된다"며 "단절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지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말이다. 잘못된 정책이라면 과감히 버려야 하지만 잘 된 방향은 계승시키고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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