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맛을 그리며…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며…
  • 박종완
  • 승인 2014.06.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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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부터 집을 신축할 때는 양택삼요(陽宅三要)라 해서 문(門:대문), 주(主:안방), 조(조:부엌)을 기준으로 해서 서로의 공간을 조화롭고 기능을 따져 배치하므로 가족들의 동선이 서로 상충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부엌은 집안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장소이므로 양택에서 관계가 매우 크다. 대문과 주방과의 연속성, 주방과 안방과의 상생관계등을 고려해 최적의 공간배치가 이루어졌다.

 그만큼 중요한 공간이었기에 우리 선조들은 이에 쓰이는 흙조차 엄격하게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지방마다 부엌을 정지나 정제라고도 했는데 채광,통풍등을 고려하여 음식냄새가 안채로 이르는 것을 막고 한옥이기 때문에 화재에 취약해 많은 부분이 고려되어 부엌위치를 지혜롭게 선택하여야 했다.

 부엌은 작은 우주다. 음식을 보관하고, 요리하고 나눠먹는 것은 생존이자 문화다. 부엌에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있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부터 인간이기에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도구까지 모여있어 생존과 문화를 동시에 엿볼 수가 있다.

 빈부격차가 커도 먹을 수 있는 한사람의 한 끼 식사량의 차이는 크지 않듯이 집의 형태는 달라도 부엌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도 시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기에 부엌에 대한 기억들이 생생하다. 어린 시절은 놀이문화가 많지 않아 동네 골목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부엌에서 놀이기구를 만들다 손을 다치는 등 육칠십년대 가난했지만?희망을?잃지 말라는?부모님?말씀대로?모든 면에서?열심히?노력했던?기억이 새롭다.

 아침 일찍 일어나 눈을 비비면서 부엌으로 향하면 우물에서 길어온 깨끗한 물로 조왕물을 갈아 부으면서 우리가족의 안녕을 기원하시던 모습, 뒤주에서 쌀을 퍼 오셔서 밥을 하기전 쌀한줌을 좀도리통에 넣으시던 어머님의 모습을 보면서 절약의 지혜를 배우곤 했었다.

 오일장이 서는 날엔 부모님께서 장에 가시면서 해질녘에 군불을 때놓으라고 하시는데 그때쯤이면 TV에서 타잔을 하는 시간이라 형제들끼리 서로 미루다 장에서 돌아오신 부모님께 꾸중을 듣던 일들도 생생하다.

 칠십년대 초반에는 라면이 아주 귀한 음식이었다. 무쇠 솥에 짚불로 라면 한 봉지를 끓여주시며 먹으라 하신다. 어머님께 같이 드시자고 하면 당신은 배가 부르다고 하시고 많이 먹으라던 어머님의 말씀이 자식을 위해 희생하셨던 그 마음을 어른이 되고 나서 알게 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골목에서 놀다가 해질녘에 안채 굴뚝에서 연기가 나면 오늘 반찬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군침이 돌던 기억, 텃밭에 푸성귀를 뜯어다 금세 한상 차리시는 어머님의 모습과 그 맛은 지금도 어떤 맛으로도 비교할 수가 없다. 이렇듯 전통한옥의 부엌은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주택개량을 통하여 내부구조를 변경하고 한옥에서 서양식으로 생활패턴이 점차적으로 변했다. 편리함과 기능성을 겸비하여 많은 부분이 바뀌고 옛 정취는 박물관이나 민속촌에서 볼 수 있게 되어 기억속에서나마 옛추억과 향수를 되새기곤 한다.

 요즘 집을 신축할 때 주부들의 눈높이를 고려해 여러 가지 요인들을 찾고 있는데 전업주부들의 노동의 가치를 판단할 때 주방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여 주택 및 아파트 설계시 제일 먼저 평면을 확정하고 나머지 부분을 구획하기도 한다.

 여성권익향상과 사회생활의 증가로 부엌이 가정영역에서 축소되기는 하였지만 기능과 편리성에는 많은 발전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인들이 바쁘게 살다보니 소중한 것들을 당연시하고 스마트한 세상에 길들여져 있어 옛향수에 무덤덤해져 조금은 아쉽고 인간미가 사라져가는 듯싶다.

 독자 분들도 어머니의 손맛은 많은 세월이 지나도 그맛그대로 기억할 것이다.

 인간의 삶에서 시간의 저축이나 차입은 불가능하고 아껴서 저축한 시간을 나중에 꺼내 쓸 수는 없는 법이다.

 항상 옆에 계실 거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지만 세월 앞에 영원한 것은 없다. 오늘 어머님께 전화 드려 기억 속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시라고 어리광을 부려보고 싶다.

 박종완 / 계성종합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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