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 이렇게 열자 <2> 시스템이 춤추도록 하자
민선 6기 이렇게 열자 <2> 시스템이 춤추도록 하자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4.06.23 15: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0년대 초반, 전북의 한 자치단체에서는 사조직 논란이 일었다. 일부 직원이 서로 연을 맺고 휴가까지 함께 가는 등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해당 지자체는 진상파악에 나서 곧바로 진화됐다. 10여 년 지난 지금이야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당시엔 공직사회의 사조직 발호 논란에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공무원 사회는 기본적으로 조직과 시스템으로 일하는 곳이다. 안행부 제도정책관으로 재직 중인 이인재 전 전북도 기획관리실장은 자신의 최근 저서 '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에서 공직사회의 시스템 중요성을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인 창의성 면에서 조금 뒤떨어져도 팀(TF) 단위로 일하면 큰 프로젝트에서 여러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각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시너지 효과도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다."

 민선 6기 단체장들은 공조직이란 시스템이 춤을 추도록 멍석을 깔아줘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주요 정책과 의사 결정 과정에서 비선 라인이 아닌 공론화를 중시하고, 시스템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권력이 바뀔 때마다 지방의 공직사회는 미묘한 동요를 수반한다. 새 단체장 입성과 함께, 그에 맞는 철학과 방향에 맞춰 업무 전반을 개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효율을 중시하는 단체장이라면 코드가 맞는 사람들로 초기 라인업을 짜기 마련이다.

 일정한 코드 인사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단체장이 의욕을 갖고 자신의 철학을 구현하려면 호흡을 같이해온 사람들을 전진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런 용인술이 도를 넘거나 반복되면 견고한 조직도 균열이 일어난다. 전직 공무원인 K씨는 "행정조직에서 실세 이름이 거론되고 일반 직원들이 범접할 수 없는 '이너서클(inner circle)' 이야기가 나돈다면 정상적인 행정 시스템은 작동하기 힘들게 된다"며 "오히려 보이지 않게 서클에 편입하려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재선의 이성일 도의원(군산)은 새 단체장의 무리한 성과주의와 '끼리끼리 문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통상 새 CEO는 의욕을 앞세워 초기에 뚜렷한 성과를 내려 한다. 일 잘하는 직원을 선별해 중요한 임무를 주고, 그러면서 '장뇌삼이다 도라지다' 등의 분파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총애받는 일부 직원이 돋보이면, 나머지 직원들은 열패감과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처음엔 불만을 표시하다 나중엔 아예 입을 닫고 방관자로 남는다는 이 의원의 주장이다.

 각종 연(緣)에 얽힌 우리끼리 문화는 전 직원의 에너지를 결집하는 방해꾼이다. 군 지역의 40대 공무원 L씨는 "실력보다 연줄로, 노력보다 줄 서기로 보험을 드는 공직사회가 있다면 불행한 사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든 공직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에너지를 결집하려면 시스템을 중시하는 최고 결정권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단언한다.

 중앙부처에서 퇴직한 전직 고위공무원 H씨는 "지방행정을 보면서 아쉬운 점은 중앙에 비해 공직사회의 시스템을 덜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점"이라며 "시스템이 아닌 다른 방식에 의한 의사결정은 장점과 순기능도 있겠지만, 결과가 왜곡되거나 책임이 불분명한 문제를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직원의 역량을 결집하려면 공직 시스템이 춤을 추도록 하는 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기홍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