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이 고맙다
‘문창극’이 고맙다
  • 이동희
  • 승인 2014.06.2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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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에서나 연극에서나 반면교사(反面敎師)와 정면교사(正面敎師)가 있기 마련이다. 범죄자들의 악행을 언론매체에서 자세히 보도하고 소개하는 것은 그런 나쁜 행위를 [반면]거울로 삼아 경계하라는 뜻이지, 그런 악행을 본받아 배우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선한 사람들의 미담가화(美談佳話)나 숨겨진 선행을 발굴해서 널리 알리는 것은 그런 좋은 행위를 [정면으로]본받아 실천하라는 뜻일 터이다.

 전자를 반면교사라 한다면, 후자를 정면교사라 할 수 있다. 중국에서 유래한 말로 알려진 반면교사는 '혁명에 위협이 되기는 하지만 반면 사람들에게 교훈이 되는 계급, 집단, 개인'을 가리켰다고 한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다른 사람의 잘못은 뒤집어 보면 나의 스승이 된다"는 사전적 의미로 쓰이게 되었으며, 이를 교육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일상어가 되었다. 즉 '타산지석(他山之石) 가이공옥(可以功玉)'에서 유래한 넉자박이 말 '타산지석'처럼 "남의 산의 돌[잘못]도 잘 다듬으면 나의 보석[교훈]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활용된다. 정면교사는 반면교사와 상반된 경우로 보면 그 의미는 명확할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총리 후보자 때문에 우리 사회의 불쾌지수가 몇 단계 높아지고 있으며, 그렇지 않아도 빨리 찾아온 여름 더위에 더하여 국민의 울분 혈압을 위험 수위로 상승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그의 임용 여부를 떠나서 그의 출현이 우리 사회가 잊고 있었던 귀중한 교훈을 되새기게 한 점에 대하여 고맙기까지 하다. 그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점에서 반면교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 "'문창극'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할 판이다.

 첫째,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이 어떤 참상을 빚어내는가를 똑똑히 가르쳐 주었다. 6.4지방선가가 끝나자마자 민심과는 동떨어진 인사를 총리 후보자로 내세움으로써, 선거과정에서 보여주었던 '눈물 해프닝'의 속내가 드러난 꼴이 되지 않았던가. 여론의 동향은 '정권 심판론[야당]'의 손도, '철저한 반성[여당]'의 손도 들어주지 않은 무승부로 읽었다. 그러나 집권세력은 국민의 기대를 정면으로 배반하는 인사를 내보였다. 60%를 넘지 못한 어정쩡한 최종 투표율이 만든 참혹한 결과였다. 플라톤이 그랬다던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자의 최대 망신은 나보다 저열한 자의 지배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는 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런 교훈도 '문창극'으로 인하여 실감나게 되새겨 볼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역사학계 교훈을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역사적 치욕을 망각한 민족은 그런 치욕을 되풀이하여 당하게 된다."고 하였다. 문 후보자는 일제가 식민통치의 수단으로 생산해낸 식민사관에 근거하여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이로 미루어 보건데 일제잔재의 청산은 이미 끝난 과거사가 아니라 진행형 현대사임을 똑똑히 알려주었다. 모처럼 대다수 국민의 공분을 통해서 바른 역사관을 정립하는 것이 얼마나 긴요한 일인가를 재인식하게 되었으니, 이것도 '문창극'이라는 반면교사가 준 교훈이다.

 셋째, 맹목적 신앙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가르쳐주고 있다. 자신이 믿는 유일신만이 참 신앙이라는 배타적 종교관은 우리 사회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악담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신앙인을 배려하지 않는 신앙인, 다른 종교를 존중하지 않는 종교, 자기 하느님만이 신성하다는 근본주의적이고 교조주의적인 종교관은 바로 종교와 신앙의 근본 목적을 망각한 눈먼 신앙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국지전의 참상은 '종교-신앙'이 원인 아닌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그런 종교전쟁의 아수라장이 되어도 좋단 말인가? 사랑과 평화라는 근본정신을 망각한 맹신과 맹목적 신앙이 사회근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을, '문창극'이라는 반면교사를 통해서 확인하는 일은 슬프기까지 하다.

 넷째, 우리 사회를 주도한다는 주류언론의 속살을 생생하게 알게 되었다. 총리 후보자는 약력으로만 보면 메이저 신문사의 논설위원실장·논설주간·주필·대기자 등을 역임한 소위 한국 언론계의 거물인 셈이다. 그러나 그런 언론인이 직접 쓰거나 주도했을 기사·칼럼·사설·주장 등이 반민족적 역사관, 갈등을 유발하는 가치관, 수도권 중심주의 발전과, 근본주의적인 종교관에서 비롯되었다니, 우리 사회의 여론이 어떻게 오도되었을까? 생각할수록 오싹한 한기가 느껴진다. 신문 보도라고 다 사실이 아니며, 뉴스라고 다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문창극'이라는 반면교사를 통하여 확실히 학습해야 하겠다.

 '세월호의 침몰이 곧 한국호의 침몰'이라는 세계 언론의 조롱이 식지 않은 마당에, 반면교사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정면교사로 삼는 이웃나라 일본의 시선이 부끄럽기만 하다.

 이동희<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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