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듣고 행하는 지혜
먼저 듣고 행하는 지혜
  • 나종우
  • 승인 2014.06.19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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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는 축제 같아야 한다고 하지만 이번 6.4 지방 선거는 세월호 참사가 선거운동 기간과 맞물려서 예전 같이 확성기를 틀어놓고 유세를 한다거나 하는 뜨거운 분위기는 없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선거는 선거이고 입후보자들은 자의든 타의든 되어야 된다는 신념으로 김나지 않는 열전을 치렀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 기간 동안 이런 저런 상대방에 대한 비방이나 네거티브 선거라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렸지만 어찌되었든 선거는 끝났다.

이번 6.4 지방선거기간 중에 매니페스토 형식을 내세워 선거에서 당선 되었을 경우 실천하겠다고 약속한 정책들을 새로운 구상으로 유권자들에게 당선자들이 알리고 있다. 이제 며 칠 후면 민선 6기 출범을 앞두고 있다. 처음으로 직을 맡게 된 단체장이나 두 번, 세 번째로 맡게 된 단체장이나 모두가 새로운 각오로 새날 앞에 나서게 되었다. 마치 육상선수들이 출발 라인 앞에 신호를 기다리는 심정이리라고 생각된다. 정말 다르게 멋지게 직을 수행하리라고 마음 다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4년 후면 분명 명암이 엇갈린 현실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어두운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지금부터 4년 전 당시 당선되었던 당선자들의 소감과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된 자들의 소감을 비교해 보았다. 4년 전에는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내세웠던 소감이 ‘화합’과 ‘소통’ 이었다. 어찌 보면 당시에는 이 두 단어가 모두가 걱정하는 것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우선순위에 올려놓을 만큼 절실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번에 당선된 당선인들의 소감과 구상을 살펴보았다. 우선 대체적으로 공통된 것이 ‘일자리 창출’ ‘안전’ ‘행복’ 등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민중심 행복도시’(김제), ‘살기좋은 도시’(정읍), ‘잘사는 부안’(부안), ‘살기좋은 고장’(장수) ‘잘사는 임실’(임실), 잘사는 무주‘(무주)등 어떻게든 지금보다 나은 고장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민생안전 이나 깨끗한 행정이나 관광, 기업유치, 시민위주의 행정, 문화 도시 같은 것 등 다양하게 이런 저런 분홍빛 청사진들도 빼놓지 않고 제시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들이 4년 뒤 공염불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당선인들은 뼈를 깍는 심정으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많은 우리 전북인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솔직하게 당선인들에게 축하를 보내고 조금은 변해야 된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한편 으로는 우려를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마디로 기대 반 우려 반의 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당선인들은 이러한 소리들을 들을 수 있는 귀를 열어놓아야 할 것이다. 선거 때 같이 일했던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어느 커피숍에서 수다처럼 이야기하는 부인들의 이야기와 시장에서 장사하는 분들의 이야기나, 회사원들이 점심 후에 삼삼오오 모여서 하는 이야기나 모두를 경청 할 수 있는 열린 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 시민들은 정치에도 행정에도 믿음보다는 실망, 실망을 넘어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제 단체장으로 취임하고 나면 예산집행권과 인사, 인허가권, 단속권 등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선거기간동안 약속했던 것들을 실행하면서 시민이 행복을 느끼는 고을을 만들어가야 할 책임을 지게 된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나서는 단체장들에게 공자의 이야기 한 토막을 전해주고 싶다. 공자의 제자 중에 자공(子貢)이란 자가 있었다. 그는 말도 잘하고 부를 소유하여 항상 당당하였는데 공자는 이점이 늘 걱정이었다. 어느 날 이 자공이 신양(信陽)땅의 수령이 되어 떠나가는 마당에 경계의 말씀을 주었는데 그 가운데 ‘…관리의 할 일을 아는 자는 법을 가지고 백성을 이롭게 하지만 관리의 일을 모르는 자는 법을 잘못 시행하여 백성으로부터 원망을 듣게 된다. … 관리가 직을 행함에는 공평함보다 좋은 것이 없으며, 재물에 임하면 청렴함보다 좋은 것이 없으니 공평과 청렴을 변치 말고 잘 지켜라.라고 하면서 다시 말하기를 ‘…말을 삼가 하고, 나를 먼저 하지 말고 남을 먼저 앞세우고, 말을 가려서 해야 하니 수령의 입은 귀와 같아야 한다.(令口如耳 )’고 경계하였다.

당선된 모든 단체장들이 임기동안에 하겠다고 하는 약속들은 어떤 것이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가 지역민들과 하나가 될 때 가능한 것이다. 지역민과 하나 되기 위해서는 공자가 경계한 것처럼 입은 귀와 같이 지역민의 말하는 바를 듣고 그것을 행 할 수 있는 말을 해야 할 것이다. 4년 뒤 모두가 내가 한 말에 책임을 다하였다는 말을 할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나종우 <원광대명예교수, 전주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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