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과 행복지수
국가경쟁력과 행복지수
  • 김선남
  • 승인 2014.06.17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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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청소년 ‘행복’ 지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심상치 않다. 최근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전국 초·중·고교생 6,946명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분석하였다.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74.0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라고 한다. 어린이·청소년들은 건강 체감, 학교 만족, 삶의 만족, 소속감, 어울림 등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결과다.

우리 사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성장 프레임에 올인 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가장 빠르게, 성공적으로 경제성장을 일궈낸 국가로 기록되었다. 휴대폰 출하량 세계1위, 반도체 매출액 세계 2위, 선박수주와 건조 량 세계 2위, 자동차 생산대수 세계 5위. 수출 7위. 이는 우리 국가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제 미국 맨해튼이나 LA의 복잡한 고속도로나 한적한 시골도로에서 수많은 현대차나 기아차를 만날 수 있다. 미국의 이름 있는 전자제품 상가 ‘베스트 바이(Best Buy)‘의 가장 비싼 매장 진열대를 차지하는 것은 삼성 제품이다. 삼성의 노트북과 스마트 폰이 이 매장 입구의 최고의 자리에 진열되어 수많은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삼성 제품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고객이 선호하고 또 많이 팔리기 때문일 것 이다.

요즈음 미국 방송채널에서 한국 언어로 소구되거나 한국인이 모델로 기용된 제품광고를 볼 수 있다. 가수 ‘싸이’는 미국 주요 방송광고에서 음료수 제품이 주요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싸이’를 캘리포니아의 도심이나 고속도로 주변의 옥외광고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또 최근 미국 조지아 주는 현대·기아차 공장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조지아 주는 한국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한국인들은 국내 운전면허증으로 면허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조지아 주 면허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번 어린이·청소년의 행복지수 조사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 논쟁의 초점은 어린 학생들이 행복의 주요 조건으로 ‘돈’을 지목했다는데 있다. 즉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조사기관의 질문에 대하여 고등학생들은 ’돈‘(19.2%), ’성적향상‘(18.7%), ’화목한 가정‘(17.5%), ’자유‘(13.0%) 순서로 답하였다. 이에 누리꾼들은 “행복의 조건, 진짜 돈을 꼽았어?”, “행복의 조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 너무 안타깝다”, “행복의 조건, 20대도 다르지 않을 듯”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어린 학생들의 행복조건과 돈에 가치 평가결과는 우리 기성세대의 산물이다. 그동안 앞만 보고 살아왔던, ‘돈’이나 ‘성공’만을 중시하였던 이 사회의 기성세대 가치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학습효과가 아닌가.

지난 해 한국인의 ’삶의 질(Quality of Life)‘ 순위는 세계 12위였다. 그러나 이는 서류상 의 통계일 뿐이다. ‘삶의 질’ 지표를 살펴보면, 우리는 투표 참여율이나 학업성취도 등과 같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건강만족도, 여가활용 시간 그리고 취업률 등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즉 복지, 안전, 행복 등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항목에서 우리는 여전히 최하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의 현실적 행복 지수는 낮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 국민 상당수는 소득의 양극화, 불균형적인 여가시간, 불완전한 고용 등으로 인하여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 사회에서 생산 가능한 인구의 취업률은 전체의 64%에 머물러 있으며, 여가활용 역시 일부 있는 계층의 몫이 되었다. 또 6개월 미만의 단기취업자 비중이 24%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OECD 국가(10%)의 2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 상위 20%가 하위 20%의 평균 소득의 5.7배에 달해서 우리 사회의 상당수는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정년퇴직 후에도 가장 오래 일하는 사회이다. 남성 경우 유효 은퇴연령은 평균 71.1세였는데 이는 멕시코(72.3세)에 이어 2위에 해당한 것이며, 여성의 경우도 평균 69.8세로 이는 칠레(70.4세)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빠른 시간 안에 이 사회의 소득 양극화는 해소되어야만 하고 또 불완전한 고용환경도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가 활용의 기회도 계층간 공평하게 제공되어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 절대 필요한 조건은 국가 경쟁력 향상을 넘어서서 사회 구성원들의 높은 행복지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 사회가 ‘삶의 질’이 보장된, 행복사회로 전환되길 바란다.

  김선남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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