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SPA’
[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SPA’
  • 신영석
  • 승인 2014.06.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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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가장 대표적인 상권이라 할 수 있는 서울의 명동. 10여년 전만 해도 이곳에는 금강제화, 에스콰이아 등 메이저 구두 업체들이 목 좋은 곳을 점령하다시피 하며 위세를 과시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명동의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2005년 유니클로(UNIQLO)를 시작으로 자라(ZARA), H&M 등 해외 ‘SPA’ 브랜드 매장들이 줄줄이 상륙하고 크게 성장하면서 이제는 명동을 SPA의 거리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변하게 되었다.

 SPA는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로 기획·디자인, 생산·제조, 유통·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운영하는 의류 전문 소매점을 의미한다. SPA는 대량생산 방식을 통해 제조원가를 낮추고, 백화점 등의 고비용 유통을 피해 대형 직영매장을 운영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여 싼 가격에 상품을 공급한다. 또한, 계절별로 신상품을 내놓는 일반 의류업체와 달리 SPA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신상품을 1~2주 단위로 출시한다. 빠른 회전율이 주요 전략이기 때문에 이들이 내놓는 상품을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 부르기도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 자료에 따르면 유니클로, 자라, H&M 등 3개 해외 SPA 브랜드의 2013년 총매출액은 1조440억 원으로 전년보다 30.7% 증가하였다. 2012년(43.0%)과 2011년(40.6%)에 비하면 매출성장률 자체는 소폭 줄었지만, 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후발주자인 국내 SPA 브랜드의 성장세도 거세지고 있다. 스파오(이랜드), 미쏘(이랜드), 에잇 쎄컨즈(삼성에버랜드) 등 국내 SPA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3개 해외 SPA 브랜드의 1/3 수준이지만 66.5%의 높은 매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SPA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는 저렴한 가격과 빠른 출시 주기라는 상품 특성에 주로 기인한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불황 속에서 소비자는 구매 부담이 적은 합리적 가격의 SPA 상품을 찾게 되었으며, 특히 빠른 변화를 추구하는 젊은 층의 성향에 맞춰 빠른 주기로 신상품을 출시함으로써 이들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킨 것이 SPA 성공에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SPA가 소비자로 하여금 지나치게 일회성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옷을 오래 두고 입는 것이 아니라 자주 구매하여 한번 입고 버리는 비합리적인 소비풍토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쉽게 버려지는 옷들이 환경문제를 일으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패스트 패션의 반대 개념이자 친환경 의류로 일컬어지는 ‘슬로 패션’(slow fashion)에도 소비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조사역 신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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