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남긴 상처와 과제
6.4 지방선거가 남긴 상처와 과제
  • 최낙관
  • 승인 2014.06.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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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6.4 지방선거는 합당이라는 정치적 노림수로 시작하여 국민과의 약속이었던 무공천을 깨고 나아가 공천을 둘러싼 안철수계와 민주계 사이의 지분갈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등 새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혔던 구태정치의 재확인 그 자체였다. 그 결과 전라북도 14개 자치단체 중 7개 시군에서 무소속 후보자가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이러한 결과는 선거기간 중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이 도민들에게 보여주었던 진정성 없는 태도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적 표현임과 동시에 그간 우리 지역에서 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변화보다는 안주’ 그리고 ‘민의보다는 독선’을 선택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치명적 자만에 대한 심판적 태도로 볼 수 있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들이 공천하고 힘을 실어주었던 후보자들의 대거 탈락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선거패배’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이는 향후 통합을 전제로 한 지역발전을 과연 어떻게 견일 할 것인가라는 궁극적인 과제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선거는 막을 내렸지만, 상처의 치유를 위한 선거의 여파는 아직 진행 중이다.

 사실 이러한 결과와 과제는 어쩌면 이미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예고된 화라고 볼 수 있다. 시민사회와 유권자는 그간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정책경쟁과 대결을 통한 새정치를 강하게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는 실종되었고 다수 유권자는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베일에 가려 ‘투표를 위한 투표’를 하는 영혼 없는 선택자로 전락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선택의 기준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지연, 혈연, 학연에 근거한 조직선거는 선거에서 승리를 위한 가장 결정적인 무기였다. 예컨대 새정치민주연합이 최종후보를 결정하기 위해 선거인단을 구성한 후 체육관에서 후보를 뽑는 일련의 과정은 이게 과연 대의민주주의인지를 의심케 할 정도로 많은 문제점들을 여과 없이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본다. 특히 도지사 경선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도지사에 당선된 송하진 후보는 당시 익산 원광대체육관에서 열린 ‘100% 공론조사 선거인단 투표’에서 총 유효투표수 795표 가운데 절반을 넘는 426표를 획득, 184표를 얻은 강봉균 후보를 누르고 후보에 선출되었다. 예선이 곧 결선인 지역정서를 감안할 때, 선거인단 중 426명이 결국 전라북도 150만 유권자를 대신해 도지사를 선출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한마디로 조직력이 승부를 갈랐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몰아주기식 체육관 투표가 대의의 대행과 참여민주주의의 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6.4 지방선거는 끝이 났지만, 관객처럼 선거를 지켜보았던 유권자는 아직도 자리를 쉽사리 뜨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감동의 여운보다는 아쉬움과 허탈함이 너무 커서는 아닐까? 그래서 지금부터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선 정당과 후보자들은 반성적 입장에서 자신을 뒤돌아보고 지금이라도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공약을 구체화하는데 역량을 모아야만 한다. 아울러 선거로 인해 흩어진 민심을 추스르고 다시 새로운 하나를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바로 그 때문에 지역 정치지도자의 리더십 발휘가 무엇 보다고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당선자들은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선거현수막에 아로새겼던 유권자와의 약속을 섬기는 마음으로 지켜내야 한다. 지역주민과 도민의 마음을 아우르고 그들의 욕구에 잘 부응할 수 있는 ‘서번트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능력 있는 정치지도자는 스스로 추종하는 많은 지지자를 얻을 수 있도록 권위와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훌륭한 리더는 능력 있는 팔로워를 가질 때 그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최낙관<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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