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 톨의 가치
쌀 한 톨의 가치
  • 김춘진
  • 승인 2014.06.11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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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초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 농촌에서는 쌀농사의 시작인 모내기가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이제 가을 추수기까지 기약 없이 찾아오는 장마와 태풍 그리고 가뭄이라는 자연재해 속에서 풍년을 기원하며 농민들이 땀방울을 흘려야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쌀 한 톨이 생산되는 것이다. 쌀을 주식으로 먹는 우리들이 쌀의 소중함을 얼마나 알고 소비하는지 자문해 본다. 매년 인상되는 생산비와 십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는 쌀 가격 속에서 소득은커녕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우리 쌀 생산농가의 현실이다.

 위기 속에 놓여 있는 농민들에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체결된 쌀 관세화 유예가 올해 말 종료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20년간 관세화를 유예하면서 의무수입 물량을 1995년 5만 1,307톤에서 올해 40만 8,700톤으로 늘려왔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겉으로는 농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하겠다고 하나, 이미 일정부분 관세화가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있는 듯한 상황이다. 정부 당국은 관세화의 불가피함을 역설하기에 앞서 진정한 자세로 농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어떻게 하면 우리 쌀생산기반을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쌀은 수천 년간 이어온 우리의 농업기반이며, 식량안보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유일한 식량작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1970년 80.5%에서 최근 23.6%로 하락하였으며,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의 자급률은 1970년 86.2%에서 45.3%로 하락하였다. 이마저도 쌀을 제외한다면 자급률이 10% 미만인 상황이다. 쌀 생산기반이 무너진다면 우리나라의 식량 및 곡물자급률은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우리가 주요 곡물의 많은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의 경우 지난해 12월 개최한 경제분야 최고정책회의에서 6대 경제임무를 제시했는데, 그중에서도 식량안보를 첫 번째로 꼽았다고 한다. 중국의 식량자급률은 최근 10년 사이에 94%에서 87%로 줄어들어 위기의식 속에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느껴진다. 우리보다 2배 이상 높은 자급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의 대처를 볼 때 우리나라 정부의 식량정책은 너무 소극적이다. 농업강국인 중국이 왜 식량증산을 경제정책의 최우선과제로 삼았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식당에서 먹는 공깃밥 한 공기의 가격과 쌀 한가마니의 가격이 십수 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쌀을 소비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볼 때 쌀의 가치가 공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는 어려운 여건과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데도 봄에는 어김없이 논에 모를 심고 가꾸는 우리의 농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옛말에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다.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서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시기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불과 4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식량을 걱정해야 했다. 지금이야 경제적으로 성장해서 수입에 의존하며 식량 걱정 없이 살겠지만, 이는 세계 전체적인 식량사정이 현재 상황을 유지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화로 인하여 식량생산기반이 줄어들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하여 식량생산량의 편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식량공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농업강국인 중국이 자국의 식량안보를 걱정하며 식량증산 정책을 취하고 있음을 우리는 눈여겨보아야 한다. 국가의 최우선 역할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며, 식량의 안정적 공급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비록 지금은 쌀 한 톨의 가치가 하락하여 있으나, 쌀 한 톨이 없으면 우리는 삶을 영위할 수 없다. 우리가 국내 쌀시장을 외국에 내어줄 수 없는 이유이다. 반세기 전만 해도 우리는 식량부족으로 많은 국민들이 고생했다는 점을 정부와 국민 전체가 상기하며 쌀 한 톨의 가치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춘진<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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