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테크시티
[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테크시티
  • 채민석
  • 승인 2014.06.10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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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은 없지만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대박을 꿈꾸는 스타트 업(Start-up, 신생 벤처기업)이 활동하기에 최적의 장소는 어디일까? 아마도 대부분은 높은 현대식 건물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대도시를 생각할 것이다. 최근 들어 많은 스타트 업들이 몰리고 있는 테크시티(Tech City) 사례를 살펴보자.

런던의 올드 스트리트(Old Street)와 퀸즈 엘리자베스 올림픽파크 사이에 걸쳐있는, 말 그대로 구시가지인 이곳에는 아직도 버려진 창고와 오래된 공장 등 허름한 건물들이 즐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2010년초까지만 해도 사양 산업과 함께 쇠락해가는 슬럼가였다. 그런데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성공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이 테크시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나 스타트 업의 허브로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테크시티에는 1,300개 이상의 IT기업이 상주해 있으며, 여기서 만들어진 소셜미디어 관리앱인 트윗덱과 소셜 음악 서비스인 라스트에프엠이 각각 트위터 및 CBS에 인수되는 등 다수의 성공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곳은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인 핀테크(Fintech, 모바일 결제·송금·개인자산관리 및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서비스와 관련된 기술)의 중심지로도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런던이 전통적으로 갖고 있는 금융허브의 명성을 IT와 잘 접목시킨 결과라 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즈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08년부터 현재까지 영국과 아일랜드의 핀테크 스타트 업에 총 7억달러 이상의 투자금이 몰렸으며, 이와 같은 성장률은 실리콘 밸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렇듯 낙후지역이 불과 몇 년 만에 크게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영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덕분이다. 영국 정부는 2010년 11월부터 이 지역에 글로벌 테크 허브를 구축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였으며 2012년 12월에는 5,000만 파운드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교통시설 및 업무 공간 등을 정비하여 기업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연구 및 투자 관련 세제 혜택을 제시하였다. 그 결과 초기 투자를 돕는 엔젤 투자자 및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와 개발자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UCL 등 유수 대학과의 협업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또한 창업과 관련된 규제 및 절차를 대대적으로 완화했다. 법인설립 등기를 온라인을 통해 저렴한 수수료로 하루 만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자본금 제한을 없애는 등 창업을 위한 문턱을 낮추었다. 뿐만 아니라 폐업 시에도 책임을 제한하여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재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IT 강국이며 경제규모 대비 금융산업의 규모도 큰 편으로 핀테크 등과 관련한 스타트 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당면 과제는 이들이 그 기반을 누릴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및 정비 등을 통해 지원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제조업 및 서비스업 기반이 약한 전라북도도 신산업 육성과 IT 스타트 업 유치를 위한 기반 구축 등과 관련하여 런던의 낙후지역이었던 동부에서 대대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테크시티의 예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조사역 채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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