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교육감 선거전이 남긴 것
‘재미없는’ 교육감 선거전이 남긴 것
  • 소인섭 기자
  • 승인 2014.06.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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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없는’ 교육감 선거전이 진보 성향의 김승환 교육감 재선으로 끝났다.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뚜렷한 이슈가 없는 선거전으로 진행된 ‘깜깜이’ 선거의 결과이긴 하나 이번 교육감 선거는 여러 주목할 만한 결과물을 쏟아냈다.

 우선 유권자들이 진보성향 후보에 표를 몰아줬다는 점이다. 김 교육감의 득표율은 55%. 여기에 전교조 전북지부장을 지낸 이미영 후보는 19.8%를 득표해 진보성향의 득표율은 75%에 가깝다. 지난 1월 본보와 전주MBC가 공동으로 조사한 전북도교육감 선호도 조사에서 진보성향 교육감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45.3%로 중도성향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의 두 배, 보수성향의 세 배가 나온 바 있다. 전북도민의 진보 성향은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뚜렷하게 확인됐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선거결과도 마찬가지다. 보수 대구·경북·울산·대전 등 4곳과 중도·진보 부산 1곳을 제외하고 12개 지역이 진보성향의 교육감을 선택했다. 이 가운데 7명이 해직교사 출신이다.

 세월호 참사가 영향을 줬지만 진보 성향의 전북교육감이 지난 4년 정부와 시종 대척해 있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4개 지역 진보성향 교육감의 연대만으론 정부의 무리한 정책추진을 막아내기 쉽지 않았던 지난 4년과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연대의 힘을 통해 교육정책을 리드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이다. 무상급식 등 보편적 교육복지, 자사고 폐지 등 공교육 혁신, 학생인권, 존중과 배려, 대학입시 정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선거는 특정 후보의 교두보 확보가 눈에 띄고 지지부진한 단일화나 불복에 대한 ‘교육적 심판’이 있었다는 점도 중요하게 다가온다.

 이미영 후보의 선전. 전북교육민주화선언을 주도해 첫 번째 해직을 당한 이력이 눈길을 끄는 이 후보는 초반 예상을 뒤엎고 19.8%를 얻었다. 여성 교육감 후보란 점과 고3 수험생에게 아침 도시락 제공과 같은 특색있는 공약, 김승환 후보 저격수 역할, 평교사 출신이란 점 등에서 유권자 관심을 이끌었다. 이 때문에 차기 교육감 선거전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교육적 심판은 ‘선거교과서’에 올릴 만하다. 김승환 교육감에 대항하기 위해 진보와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후보들의 단일화가 지난해부터 추진됐지만 결국 지리멸렬됐다. 1차 단일화가 정치적 계산 등으로 반쪽 단일화가 됐고, 2차 단일화도 여러 논란을 낳았다. 한 후보는 단일화 후보의 문자메시지를 문제 삼아 불복까지 하면서, ‘공생(共生)’을 위한 단일화 시도는 결국 ‘공멸(共蔑)’이란 결과를 낳았다. 정치선거와 달리 비방이나 비교육적 방식을 배격하겠다는 엄격한 교육적 잣대를 들이댄 유권자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조직력보다 ‘~됨’이 교육 수장으로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교총은 당장 직선제 폐지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인물과 정책 대결보다는 진영 논리의 낡은 프레임에 기댈 수밖에 없는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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