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홀로 있는 데서 삼간다
군자는 홀로 있는 데서 삼간다
  • 박태석
  • 승인 2014.06.03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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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나라가 대형사고로 인한 상처를 부여잡고 시름 중에 있다. 너무도 크고 아픈 상처이다. 누가 누구를 위로하고 누가 누구를 탓할 수도 없을 만큼 크고 아픈 상처이다.

평범한 일상이 힘들 정도로 슬픔과 아픔을 겪고 있는 피해 가족을 생각하며 그저 뜨거운 눈시울을 감추고 먹먹한 가슴으로 하늘만 바라보며 옷깃을 여미어 본다.

지금 우리사회는 안전을 확인 하고자 하는 신드롬에 휩싸여 있다. 공공건물과 시설에서 안전점검이 이루어지고, 안전상의 이유로 각 종 행사나 여행이 취소되기도 한다.

이러한 때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나의 행동과 말이 무엇이라도 또 다른 대형 참사의 원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내 마음 깊은 곳에 또다른 세월호가 위태로운 항해를 거듭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선조들은 몸과 마음가짐을 바로잡는 기본정신으로 愼獨(신독)을 중시하였다. 愼獨(신독)은 ‘中庸(중용)’의“감춘 것보다 잘 보이는 것이 없고, 조그마한 것보다 잘 드러나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홀로 있는 데서 삼간다(莫見乎隱 莫顯乎微 故君子愼其獨也).”고 한 데서 비롯된 말이다.

즉, 어떠한 행동이나 결정을 할 때 남을 속일 수는 있으나 자신은 속일 수 없고 언젠가는 세상에 드러나게 되니 항상 자신의 마음이 거짓되거나 바르지 않은 곳으로 흐를까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홀로 있을 때 더욱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平壤(평양)에 사는 이 아무개 진사가 우연히 한양에 왔다가 한양에 사는 친구의 사망 소식을 듣고는 황급히 평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를 보고 지인이 물었다.

“어찌 弔問(조문)을 마다하고 평양으로 되돌아 가십니까?”

“온 김에 조문을 하면 이는 일을 兼(겸)하는 것이니 亡者(망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지요.”라고 답한 이진사는 결국 평양에서부터 다시 한양에 당도하여 조문을 하였다고 한다.

무엇이 잘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편하고 빠른 길은 없다. 바른 길만이 있을 뿐이다. 마음을 살펴 편하고 빠른 길을 추구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올바른 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세월호 사고를 대하는 바른 자세가 아닐까 한다.

기본이 바로 서야 한다. 기본으로 바로 세우지 않으면 무엇도 바로 설 수 없다.

필자의 직장도 어느때보다 윤리경영을 강조하고 실천하고 있다. 회사차량의 사적이용금지, 건전한 경조사 문화조성, 외부강의 사전신고 등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일들을 매월 윤리경영을 위한 주제로 선정하여 전 임직원이 선정된 주제에 대하여 자신을 반성하고 잘 못된 점이 있으면 바로 잡는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 윤리경영을 위한 자기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또, 금융점포와 사업장을 이용하는 고객의 안전을 위해 매월 실시하는 시설물에 대한 주기적 안전점검 외에 전 시설물에 대한 일제 점검을 진행하고 미비 사항을 보완하였다.

아울러 고객이 느끼는 불합리한 점에 대한 지적이나 개선의견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경영에 반영하기 위하여 소비자보호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소비자보호 및 소통 업무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행동하는데서 재난을 극복하는 지혜를 얻어 역경을 해쳐 나갔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마음 속에 싹트는 설마 하는 생각, 누가 알겠어 라는 찰나의 유혹을 신독의 마음으로 다스리고 기본으로 바로 설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일상에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고, 맡은바 소임을 다하며 정직과 신뢰를 쌓아가는 생활을 하는 것이 희생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생각한다.

 박태석 <농협은행 전북금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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