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관료+마피아)와 복지부동(伏地不動)
관피아(관료+마피아)와 복지부동(伏地不動)
  • 황경호
  • 승인 2014.06.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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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이후 요즘 우리사회의 최대 화두는 단연 관피아가 손꼽힌다.

 관료 출신 공무원들이 퇴직 후 공공기관이나 협회 등에 재취업하여 요직을 두루 독점하는 것을 비하하여 이르는 이 말은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이다. 즉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을 근거지로 강력한 연대로 이루어진 범죄조직 마피아를 빗대어 학연과 지연, 관연 등으로 얽힌 비리의 난맥을 표현하는 말이다.

 현재 언론에 오르내리는 관피아를 보면 옛 제정경제부(MOFE)와 금융 및 재정기관이 합성된 모피아를 시작으로 이번에 세월호 참사를 초래하는데 일조한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의 해피아, 국토해양부와 건설업계의 국피아,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계의 산피아, 법무부와 법조계 및 로펌 등 법피아, 교육부와 학계의 교피아, 여의도 정치인과 정부 산하기관의 여피아 등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관피아 문화는 우리 사회 전반에 이미 뿌리를 깊게 내려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으며 중앙정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도내의 현실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시설관리공단이나 각종 사회단체, 자원봉사단체, 협회 사무국장, 감사 등의 자리는 도나 해당 시군 관료들의 퇴직자들에게 제공되는 자리로 여겨지고 있다. 더욱이 민선 이후 일부 자리는 자치단체장들의 선거를 도왔던 참모들의 보상적 배려직으로 안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그 폐해는 매우 심각하다. 물론 해당 업무를 평생 관장해온 관료의 능력을 유사한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

 관련 업무의 철저한 관리감독보다는 이를 피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되거나 바람막이, 혹은 조직의 비효율적 운영 등 관피아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형편이다.

 세월호 참사로 근신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이러한 관피아 척결을 공언하고 나서자 공직사회가 바짝 얼어붙었다. 일부 공직자들이 평상시에는 민원인 등에게 군림하는 자세를 보이다가 공직 개혁이나 조직 혁신 바람이 불기만 하면 몸을 사리는 것이다.

 선거와 대대적 개각이 예고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이해관계에 따른 눈치보기가 빈번한 관료사회에서 복지부동(伏地不動)의 기강해이가 더욱 심화하지나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최근 대체의학 관련 입법을 위해 해당부처 관계인들과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었다.

 정부가 규제개혁을 위한 자료 확보 등을 위해 일부 대체의학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토론하기 위해 마련되었던 자리였다.

 하지만, 그 자리에 참석한 해당 부서 관계자는 애초 우리의 의견 청취에는 관심이 없고 참석하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끌려나온 모습으로 비쳐졌다.

 오랜 시간 대체의학 입법을 위한 당위성과 비제도화의 문제점, 앞으로의 활용도 등을 다각적으로 설명했지만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다른 배석자들은 대체의학 관련 제도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는 듯했으나 유독 담당자만은 그동안 특정 단체에서 읊조렸던 내용만을 간헐적으로 반복한 채 우리의 의견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벽창호의 모습 그대로였다. 거창하게 헌법이나 공무원 복무규정을 들추지 않아도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였다. 그야말로 국민의 안위나 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가기보다는 힘있는 단체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하는 전형적인 복지부동, 바로 우리 공직사회에서 척결돼야 할 그 모습이었다.

 지난 19일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관피아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세월호 사고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부도덕하고 잘못된 문화의 척결과 함께 공직사회 재편 및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엄청난 희생으로 촉발된 공직사회의 민관유착 고리 차단과 우리사회에 만연된 무사안일주의, 안전불감증 척결.

 제발 이번에는 용두사미가 아닌 제대로 된 개혁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관피아와 복지부동을 기필코 추방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고 사회의 안정 속에서 우리의 창조적 미래를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지방선거 사전투표일이다. 작금의 우리 사회에 찌들어 있는 모든 병폐를 도려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능하고 깨끗한 일꾼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 이번 선거에 꼭 동참해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황경호<전주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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