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
  • 황선철
  • 승인 2014.05.29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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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는 우리를 깊은 슬픔에 빠지게 했다.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27일로 꼬박 42일째가 된다. 현재 사망자는 288명이고, 실종자는 16명이다. 희생자 유가족들의 절망과 비탄에 어떠한 위로의 말도 고통을 덜어줄 수 없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대한민국 사회의 총체적 부패와 부조리가 응집되어 발생한 일대 대재난이다. 세월호 침몰에는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하고 오직 돈만을 추구한 ‘청해진 해운’의 천박한 기업행태, 그 근원에는 기업을 위한 정부의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무분별한 규제완화 정책, 공직자들의 무사안일과 부정부패가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온갖 종류의 ‘관피아(관료+마피아)’와 현직 관료집단의 야합과 눈감아주기식 업무행태가 작동했다.

 국민을 진정으로 분노하게 만든 것은 세월호 구조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국가’의 부재였다. 승객들을 돌보지 않고 제일 먼저 탈출한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사고 발생 직후 정부 관련 부처가 재난의 컨트롤 타워(관제탑)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안전행정부, 해양경찰, 해양수산부는 그 존재 이유를 스스로 저버리고 말았다.

 ‘이것도 국가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하는 자조와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사고 이후 정부와 집권세력의 대응은 분노를 넘어서 정부와 국가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 정부는 자신의 무능과 무력함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언론과 국민 여론을 왜곡하고 통제하였다. 심지어 일부 정부 관리와 여당 의원, 언론사 간부, 목사는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현 정부에 의한 민주주의의 훼손과 비판·감시 기능의 상실은 적폐를 청산하기는커녕 양산하고 있다. 권언유착도 한몫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믿고 그냥 가만히 있었던 천진난만한 학생들이 많은 희생을 당했다. 지도자나 책임자의 언행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비극의 씨앗이 되었다. 이제 의심하고, 판단해야 하는 학습 효과가 일 것 같다.

 현 정부는 집권 후 경제 민주화, 복지정책 등 중요한 공약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을 바꾸었지만 세월호 참사로 그 무능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안보와 안전은 동전의 양면이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국가의 책무이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 국민이 겪은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책임을 인정하였다. 해경을 해체하고 ‘국가재난처’를 신설한다고 하였다. 만시지탄의 감을 지울 수 없다.

 먼저 세월호의 침몰의 원인과 구조과정에서 문제점을 철저히 밝혀서 책임소재를 명백히 하고 이에 상응하는 제도적·인적 개혁을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6월4일은 지방선거의 날이다. 앞으로 4년 동안 지방자치를 이끌 단체장과 의원을 선출하는 중요성은 말할 나위 없다. 6월4일에 투표하기 어려우면 5월30일과 31일 사전투표가 있다. 어느 후보와 어느 정당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정치를 올바로 세울 수 있는지 선택해야 한다.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무능하고 부패한 세력을 돕는 것이다.

 공직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과거와 달리 확성기, 로고송, 율동 등이 거의 사라진 조용한 선거로 치러지고 있다. 선거운동이 위축되어 후보의 자질과 공약을 꼼꼼히 따지지 못하고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묻지마식 투표’가 우려된다.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민의가 올바르게 발현될 때 책임정치가 실현된다. 국민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도민일보는 유권자들이 각 후보자들을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후보자들의 공약이 진성성과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좀 더 짚어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세월호 참사가 대한민국 발전과 안전을 위해 역사의 전환점이 되어야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는다.

 황선철<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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