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선거, 속도가 아닌 방향을 선택해야
6.4선거, 속도가 아닌 방향을 선택해야
  • 진성준
  • 승인 2014.05.28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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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의 침몰과 그 이후 사고수습 과정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낯부끄러운 속살을 확인했다. 재벌의 탐욕에 안전조차 먹잇감으로 내준 규제완화, 공공기관과 이해단체, 기업의 결탁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눈감아 주었던 관피아, 직업윤리가 실종된 세월호의 승무원, 이들 모두가 세월호 참사의 주범이자, 공범이다.

 세월호 참사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했던 국가는 우왕좌왕하며 가장 중요하고 긴급했던 구조의 시간을 모두 놓쳤다. 권력을 견제하고 부조리와 무능을 고발해야 할 언론은 무능한 정부를 감싸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정치권이 뒤늦게 반성문을 쓰고 있는 이유도 세월호 참사의 전 과정을 통해 보여준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무능과 모순에 책임져야 할 당사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은 국가나 기업이 효율을 앞세운 경제적 이윤보다 사람의 생명을 중시하였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 돈의 맛에 취해 기본과 원칙을 무시하는 사이에 부정부패와 비리, 잘못된 관행과 안전 불감증이 독버섯처럼 자라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 것이다.

 세월호 사고를 둘러싸고 한 점의 의문이 남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응분의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멈춰선 대한민국호가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한 전 사회적 질문과 합의의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는 바로 이러한 대한민국호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거가 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급등하고 있는 ‘정권 심판론’ 역시 우리 사회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깊은 회의와 반성의 또 다른 표현이다.

 돈만 벌 수 있다면 무엇이든 괜찮다는 경제제일주의와 개발만능주의 시대가 이제 한계상황에 이르렀음을 세월호 사고가 보여주고 있다. 오직 이윤, 경제적 가치가 최고인 양적 성장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는 것이다.

 더 빨리, 더 많이 갖기 위한 탐욕의 시대를 지나 더디 가도 공동체를 생각하는 시대를 요구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원칙을 지키며 올바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린 고등학생들의 추모 촛불에서부터 번져 가고 있다. 무조건 승자, 무조건 1등이 아니라 경기의 규칙을 지키며 가고 있는지, 누구와 함께 갈 것인지, 어떤 경로를 통해 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방향’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야만의 시대에서 지성의 시대로, 폭력의 시대에서 평화의 시대로, 부패와 부정의 시대에서 정의의 시대로 가는 변화를 이뤄내야 하는 역사적 변환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미 우리 국민들은 6.4 지방선거를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속도냐, 방향이냐’를 선택하는 선거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라고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 묻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반성하고 앞으로 가고자 한다면 우리는 이번 선거를 통해 세월호 사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선택의 기준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물론 그 기준은 분명 우리가 관행적으로 받아들이던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유권자의 새롭고 올바른 판단과 선택만이 실의와 슬픔에 빠진 대한민국호를 다시 움직일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 판단의 첫째 기준은 탐욕과 욕망을 부추기는 공약이 아닌 정의로운 원칙과 가치, 공동체의 행복과 안전, 그리고 미래세대의 꿈을 키우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불행해지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달콤한 공약보다 각 후보들이 우리 사회의 기본과 원칙을 대하는 태도가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이러한 기준 속에서 후보자들의 공약도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둘째, 나의 작은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공공의 이익과 명분이 우선적인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넘어 후보가 살아온 삶의 이력, 사회변화의 의지가 선택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셋째,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는 낡고 추한 관행은 추방되어야 한다. 정책과 인격의 우수성이 아닌 상습적인 네거티브에 기대어 선거를 치르려는 후보는 반드시 퇴출되어야 한다. 흑색선전, 색깔론이라는 낡은 네거티브 관행이 용납된다면 이는 결국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의 불행이 될 것이다.

 결국, 누가 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진취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는가? 누가 더 시민의 행복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복무할 자세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누가 더 정의로운 원칙과 가치를 지킬 것이냐가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6.4 지방선거, 국민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핵심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진성준<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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