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원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교육의원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 조미애
  • 승인 2014.05.2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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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장미 한 송이가 피었다. 화분에서 피는 애기 장미는 이듬해 다시 피기 어려운데 어찌어찌 겨울을 견디고 이처럼 꽃으로 피어나니 그 모습이 더욱 예쁘다. 열린 창틈으로 들어서는 바람에는 습기가 가득하다. 비가 올 모양이다. 비라도 촉촉이 내려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이 소란해진다. 차분하고 조용하게 치르겠다고 하더니만 누군가 여느 때처럼 확성기를 틀어놓고 몇 마디 연설을 하더니 음악을 크게 들려준다. 한사람에게라도 얼굴을 더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고자 하는 후보자의 안타까운 마음일 것이다. 잠시 빗방울 무게에 실어 흙먼지를 쓸어내리고 싶던 마음이 미안해진다. 근심하며 빗속에 서 있을 사람들 때문이었다.

본격적으로 6.4지방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도지사와 시장, 군수를 비롯하여 교육감과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을 주민 직선으로 뽑는 일이다. 선거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 번의 선거로 비례대표 시·도의원까지 선출해야 하는 것이 사실 매우 혼란스럽다. 도지사나 시장 후보의 경우에는 사람들 간에 선호하는 후보자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지만 시·도의원의 경우에는 특별하게 본인과 관계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내가 사는 지역이 몇 선거구인지도 잘 모르겠고 우리 지역에 누가 출마했는지 아직도 알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다보니 과연 누가 적임자인지에 대한 논의도 없고 쏟아지는 문자메시지로 전달된 후보가 우리 지역 후보인지조차 확인할 겨를이 없다.

해방이 되고 제헌국회에서 교육법이 제정된 이후 우리나라 지방교육자치제는 격량의 세월을 보내고 오늘에 이르렀다. 교육감 선출 방식이 직선으로 바뀐 이후 전라북도는 세 번째 교육감을 직접 선출하게 되었다. 2010년 6월 2일 동시지방선거에서 전국 16개 시·도교육감과 82명의 교육의원을 주민직선으로 선출했었다. 전라북도에서도 5명의 교육의원을 선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교육의원을 뽑지 않는다. 교육의원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교육의원은 도의회내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를 구성하는 소속의원들이다. 그런데 지방자치법을 개정하면서 교육의원 선거는 2014년 6월 30일까지만 효력을 가지도록 하였다. 6.4선거가 끝난 후에 출범하게 되는 교육위원회는 이번에 선출된 도의원들로만 구성하게 된다. 교육위원회는 지방교육자치제의 의결기구로 교육감이 집행하는 교육과 학예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고 의결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지역주민을 대표로 구성되는 지방의회가 그 지역의 교육과 학예에 관하여 주민의 권리와 의미에 관계되는 주요한 사무 처리를 최종적으로 의결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교육위원회에서 제정하는 조례들은 학교와 교육청 조직 및 인사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으며 학생인권, 장학, 급식, 교권과 관련된 조례를 위원들이 제정한다. 교육위원회에 교육의원이 없다는 것은 매우 섭섭한 일이다. 현재로서는 교육에 큰 관심과 전문성을 지닌 분들이 도의원으로 선출되어 교육위원으로 전라북도 교육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할 뿐이다.

베란다에 나갔다가 내친김에 제멋대로 자란 잎들을 정리하였다. 좁은 공간에 몇 개 안되는 화분이라 주인과 객이 어디 따로 있을까 싶었는데 들어내고 보니 한결 깔끔하고 깨끗해 보인다. 햇살을 받아 부스스 잠이 깬 괭이밥이 있었다. 연두 빛 어린잎이 귀여워서 그대로 두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꽃도 보여주었다. 저도 봄을 아는구나 싶어 새 식구라 생각하기로 했는데 이제 보니 고구마 순처럼 굵어진 줄기가 여러 화분 사이를 침범하여 치렁치렁 세를 키우고 있다. 아무래도 더 이상은 아니 되겠다 싶어 조심스럽게 줄기를 걷어 올려 들어내는데 그 아래에서 나팔꽃 하나가 숨었다가 얼굴을 내민다. 잡풀에 가려 있어 보이지 않았을 뿐 그동안 싹을 키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오랫동안 싹을 키우던 나팔꽃과도 같은, 장미꽃과도 같은 그런 후보자를 만나고 싶다.

 조미애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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