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전통유물에서 지역관광상품으로 변화
한옥…전통유물에서 지역관광상품으로 변화
  • 송민애 기자
  • 승인 2014.05.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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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한옥’, 그 가치와 잠재력을 찾아서 (上)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현장연수-복합문화상품, 한옥’에서는 지역문화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른 한옥의 가치와 잠재력을 살펴봤다. 사진은 전통문화연수원 전통교육 체험 프로그램.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한류열풍이 불면서 한국의 문화와 생활에 대한 관심 또한 급증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한류열풍이 K팝과 드라마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현재는 한국의 의식주 일상으로까지 저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듣고 보는 관심에서 직접 먹고 만지고 느끼는 체험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도 그간 무관심하고 소외되었던 전통문화를 더 이상 박제된 유물이 아닌 창조적 상품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몇 년새 ‘한옥’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류열풍과 함께 웰빙 바람이 불면서 한옥을 찾는 수요층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 및 각 지자체의 한옥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더욱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현장연수-복합문화상품, 한옥’에서는 지역문화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른 한옥의 가치와 잠재력을 살펴봤다. 각 지자체의 한옥개발 및 활성화 사례를 통해 지역문화상품으로서 한옥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과 향후 전주한옥마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본다. <편집자 註> 
 

▲ 최근 각 지자체에서는 한옥개발 및 활성화 정책을 통해 지역문화상품으로서 한옥의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개의 현대인들에게 ‘집=아파트’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아파트의 공급과 수요가 많기 때문일 테다. 그러나 최근 몇 년새, 우리사회에서는 ‘집=아파트’라는 공식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신 한국의 고유 주거양식인 한옥을 찾는 수요층이 급격히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2012년 국가한옥센터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한옥은 희망거주 주택유형으로서의 비율로 53.1%에 달하고 있다. 이는 아파트 28.7% 및 단독주택 16.0%에 비해 압도적인 선호도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한옥 선호도가 아파트를 넘어선 것은 2008년 조사에서 처음 확인됐는데, 당시 한옥은 41.9%의 선호도로 아파트의 29.3%를 넘어서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였다. 2012년 국가한옥센터의 조사는 이와 같은 선호도를 다시 한번 확인케하면서, 한옥건축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여전히 높아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한옥은 더 이상 박제된 전통유물이 아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은 한옥에 직접 머무르며 한국문화의 멋과 우수성을 체험하고, 일반 시민들은 한옥을 새로운 주거지로 택해 전통의 멋과 여유를 즐긴다.

 이처럼 한옥에 대한 수요층이 급증하자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한옥 개발 및 활성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새로운 국가와 도시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힘쏟고 있다. 특히 각 지자체에서는 앞다퉈 한옥을 미래자산으로 육성, 독특하고 차별화된 도시브랜드 구축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기존의 브랜드 가치에 한옥이라는 문화와 창의를 보태면서 새로운 명성을 재창조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지역만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이미지를 제고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일례로, 서울 북촌한옥마을과 전주 한옥마을, 안동 하회마을 등은 일찍부터 한옥을 활용한 적극적인 문화관광 마케팅을 통해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의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며 새로운 도시 경쟁력을 갖추었다.

 먼저 서울 북촌한옥마을은 지난 2000년부터 ‘북촌가꾸기 사업’을 통해 한옥 보존과 활용에 앞장서온 대표적인 지역이다. 북촌지역 주민과 지자체가 협력해 진행한 북촌가꾸기 사업은 8년간 310동을 지원하고 1,200동의 한옥을 보전하는 데 성공한 프로젝트다. 그 결과 한때 재개발로 멸실 위기에 처했던 북촌은 이제 매년 70여만 명이 훌쩍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는 문화관광지로 자리매김했으며, 북촌한옥마을은 전국 한옥 및 한옥주거지 보존사업의 벤치마킹 모델 및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한, 북촌지역 주민들은 북촌 및 한옥의 가치를 재발견했고, 주거지역에 대한 새로운 자긍심을 가지게 됐다.

 이처럼 북촌한옥마을이 ‘한옥’을 활용한 문화관광사업에 성공하자, 서울시는 지난 2008년 ‘한옥선언’을 발표하고 새로운 한옥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내용인 즉 10년 안에 4대문 안팎의 4,500채(4대문 안 3,080채·4대문 밖 1,420채)를 보전하고 멸실 제어, 보존 지원, 신규 조성 등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그간의 한옥 관련 정책이 보존 위주였다면, 서울시의 한옥 선언은 도시 고유의 경관 회복, 주거의 다양성 확보, 전통문화 거점 육성, 주거문화의 정체성 확보 등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국내 전통생활문화와 고건축양식을 원형 보존해온 안동 하회마을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이곳은 주택, 서원, 정자 등 다양한 전통 한옥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 이를 경험하려는 관광객들의 인기 관광명소로 꼽히고 있다.

 서울 북촌한옥마을 및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전주 한옥마을도 빼놓을 수 없는 한옥 관광명소이다.

 전주 한옥마을은 지난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된 이후 현재 연간 약 50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찾는 한국의 대표 관광지로 성장했다. 이 중 약 10만여 명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국내 관광객을 포함해 상당수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옥에서 숙박을 체험하는 등 한옥에 대해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여타 한옥마을과 달리 전주 한옥마을은 도심형 한옥마을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띠고 있다. 500여 채의 고풍스러운 한옥들이 도심에 옛 모습 그대로 밀집되어 있는 것이다. 뿐 만 아니라 이곳은 실제 주민이 생활하고 있는 생활문화공간으로, 인위적 조성이 아닌 자연스럽게 형성된 한옥마을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북촌과 안동, 전주지역이 ‘한옥’을 활용해 관광명소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일찍부터 그 희소성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와 사람들이 무관심했던 ‘한옥’이라는 전통문화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 희소성의 경쟁력과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실인 셈이다. 이를 통해 이들 지역은 한옥마을이라는 도시브랜드를 선점, 지역브랜드가치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한옥이라는 희소성에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덧대 새로운 문화관광상품으로 개발한 이들의 창의적 발상은 그야말로 브랜드와 명성만큼이나 획기적이고 치밀하다고 할 수 있다.

송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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