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하기 어려운 해양경찰청 해체의 이유
납득하기 어려운 해양경찰청 해체의 이유
  • 유길종
  • 승인 2014.05.27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대국민 사과에서 세월호 구조실패의 책임 등을 물어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양경찰청을 해체하여 해양수사, 해양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해난구조 및 해양경비 기능은 신설되는 국가안전처 산하 해양안전본부로 이관시킨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해경의 구조작업이 전원 구출엔 실패했지만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옹호하지만,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사정들이 너무 많다. 해경이 선내로 진입해 승객들에게 탈출을 안내하고 이들을 구조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침몰하는 세월호를 바라보면서도 선내에 진입하지 않고 주변만 맴돌았던 해경의 모습을 보고 국민들은 분노했다. 해경이 위험을 무릅쓰고 선내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국민들의 분노가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해경이 사고 직후에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인명 구조활동을 펼쳤다면 희생을 크게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므로, 해경의 구조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박 대통령의 판단은 옳아 보인다. 감정적으로는 해경 해체가 분노한 국민들에게는 그나마 후련한 조치라고 느껴질 만하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해경이 본연의 업무를 다하지 못했고, 구조업무에 실패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기 때문에 해양경찰을 해체하겠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해체의 당위성에 관한 논리가 이상하다. 박 대통령은 해경이 출범한 이래 구조·구난 업무는 사실상 등한시하고, 수사와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해온 구조적인 문제가 지속하여 왔고, 해경의 몸집은 계속 커졌지만, 해양안전에 대한 인력과 예산은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으며, 인명구조 훈련도 매우 부족했다면서 이러한 것들이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구조작업이 실패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당연한 말씀이고 필자도 공감한다. 박 대통령이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그냥 놔두고는 앞으로도 또 다른 대형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해경을 해체해야겠다는 것은 논리비약이다. 해경이 수사와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하고 구조·구난 업무는 사실상 등한시해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문제가 조직 분리로 해소된다는 보장이 없다. 해양안전에 대한 인력과 예산이 부족했다면 이를 제대로 확보해 주고, 인명구조 훈련이 부족했다면 인명구조 훈련이 충분히 이루어지도록 하면 될 것이다. 해양경찰에 박 대통령이 지적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곧바로 조직해체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해경에게 잘못이 있다면 형사처벌을 포함하여 그에 합당한 엄중한 문책을 하면 되는 것이다.

 해경을 해체하여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넘기고, 해양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신설하는 국가안전처로 넘긴다고 해서 해양 안전의 전문성과 책임이 대폭 강화될 이유가 없다. 수사·정보 기능과 구조·경비 분야를 분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어떠한 검증도 없다. 상식적으로 육지의 경찰이 바다에서 일어난 범죄에 대한 수사에 적임일 수 없고, 새로 신설되는 부처가 해양구조의 전문성을 확보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 육지의 경찰과 별도로 해양경찰을 신설한 이유가 있고, 1996년에 해양수산부의 외청으로 독립시킨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가 해양국가로 성장한 데는 해경의 기여와 역할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국가의 주요 기관을 국민적 공감대 없이 충분한 연구와 검토도 없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해체해버리겠다고 하는 것은 해경을 희생양으로 삼아 정권을 향한 국민의 분노를 희석시키려는 시도라거나 포퓰리즘 처방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앞으로 국회에서 해경의 존재이유나 그동안의 기여까지 감안하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론을 도출할 것을 기대한다.

  유길종<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