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재난방지 시스템 개혁
세월호 참사와 재난방지 시스템 개혁
  • 김현수
  • 승인 2014.05.25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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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많은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필자도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 허무함을 느꼈고, 과연 그 상실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사람을 무뎌지게 만드는 것일까? 이제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사고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자신을 문득 발견할 때마다 아픈 기억을 그리도 쉽게 잊고 제 살길을 찾는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며 우리가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대상이 한순간 허무하게 떠나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곁에서 변함없이 함께할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죽음과 이별이라는 것이 모든 인간이 언젠가는 겪어야만 하는 아픔인 줄 알면서도 나와 내가 가진 모든 관계는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속으로 스스로를 몰아넣으며 그 두려움을 외면하며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원히 살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 사건과 같은 이별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무엇이 이 비극적인 사건을 가져온 것이며 과연 이 같이 애통한 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방송 뉴스와 신문 보도를 봐 왔지만 슬픔과 허무함에 빠져 있는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수많은 문구와 비극적 사태를 초래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지목과 비난만이 있을 뿐, 같은 유형의 참사가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국가, 사회적 시스템의 정비에 대한 논의나 공론화는 아직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한 자는 처벌을 받아야 하고, 책임이 있는 사람은 물러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불필요한 기관이나 제 역할을 못하는 기관을 정리하는 것도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메커니즘의 개선이 없이 책임자의 처벌과 기관의 폐지나 기능의 이전만을 한다고 해서 같은 문제의 반복을 막을 수 있는 것일까? 이 모든 것 이전에 반드시 사회 시스템의 재정비와 사고에 대한 논리적인 연구, 분석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인간은 많은 결점을 가지고 태어나고 이로 인해서 평생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산다. 하지만, 저지른 실수를 분석하고 연구할 수 있는 지적능력을 조물주로부터 부여받았기에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소중한 가족을 잃은 많은 가족에게는 심히 죄송하지만, 선진국의 경우 재난이 일어났을 때 이를 철저히 연구,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된 시스템을 도출해냄으로써 지속적으로 교통수단의 안전성을 제고시킨 바 있다. 7, 80년대만 해도 미국과 유럽의 여러 항공사들은 많은 사고를 겪었지만 이에 대한 감정적 대응 대신 치밀한 분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항공관제 시스템과 항공기의 기계적 문제를 개선함으로써 항공운송수단을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만들어 내었다. 항공관제사의 실수로 인해 사고가 유발된 경우, 실수를 저지른 항공관제사에 잘못만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수가 유발될 수 있는 관제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서 분석을 함으로써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막은 것이다.

 유가족들의 슬픔에 감히 비할 수는 없겠지만, 필자 또한 이 나라 국민으로서, 부모형제를 가진 가족의 일원으로서 비통함이 이로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슬픈 마음을 추스르고 남아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끈질기게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고 관철해내는 논리적이고 냉철한 대응을 계속해야한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정부의 사고 사후처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논리적으로 판단하여 그에 대응하는 적절한 여론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이 작은 의견이 합해져서 여론을 형성할 때, 대통령도 사과와 후속조치를 발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재난의 진정한 갈무리는 개선된 사회 시스템의 완성을 통해 두 번 다시 이러한 사고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임을 재차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후에 이와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하여 무고한 국민들이 또다시 희생된다면 이번 참사를 통해 초래된 안타까움 죽음들을 헛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현수<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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