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할 ‘세월호 참사’
잊지 말아야 할 ‘세월호 참사’
  • 강동원
  • 승인 2014.05.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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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달포 가량이 지나가고 있다.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실종자들도 상당하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참극이다. 먼바다를 애타게 바라보며 팽목항에서 절규하는 유가족들을 보는 국민의 마음도 아리다. 가라앉은 세월호를 고스란히 지켜보면서 국민들도 함께 울었다. 배가 기울어가는 상황에서도 ‘가만히 있으라’는 어이없는 말만 믿은 학생들의 희생이 가장 컸다. 애타게 구조되기만을 기다리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휴대폰 문자를 남긴 승객들의 안타까운 사연들과 동영상이 우리 모두를 통곡케 했다. 국민들은 무사귀환을 바라며 노란리본으로 간절한 심정을 표했지만, 정부는 단 한 명도 구조해 내지 못했다. 이제는 분노가 쌓여 침묵의 행진과 촛불이 되었다.

 최근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모든 책임을 해양경찰청, 안전행정부와 선주사인 청해진(주)에게 화살을 돌렸다. 사고현장에서 실종자 구조작업에 몰두해야 할 해경을 급작스럽게 해체하겠다고 선언하고 안전행정부도 조직개편과 함께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우려스러운 대통령의 상황인식에 유가족들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실종자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우선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과 분노의 화살을 피하려는 듯한 태도 때문이다. 물론 해양경찰청 등 관련 기관들이 무능함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책임을 지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구조가 우선이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종자들을 외면하는 처사다. 정부조직개편이 뒤따라야 할 조치들은 구조 이후에 논의하는 게 마땅하다. 앞뒤 순서가 바뀐 것이다. 자칫 미봉책이 될 수도 있는 성급한 발표였다.

 임기 초반부터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던 안전은 결국 구호로 그쳤다. 단 한 명도 구조해 내지 못했다. 전 세계 재난구조 사례에서도 드문 경우일 것이다. 가라앉은 배에서도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을 것이고 곧 구조될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시간만 허비했다. 서서히 가라앉는 세월호를 그저 바라만 보는 듯했다. 온 국민이 뜬눈으로 밤샘을 지새웠지만, 정부의 무능함을 조롱하듯 완전히 가라앉아 버렸다. 차디찬 바닷물에서 두려움에 떨었을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고통스럽다. 한꺼번에 수백 명이 희생당한 참사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 사실상 참사를 일으킨 것과 다름없다.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은 선박이 버젓이 항해할 수 있었던 것은 관련 기관들이 눈감아 줬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대통령은 눈물을 보이며 기자회견을 했지만 국민들은 거의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하면목견지(何面目見之)라는 말이 있다. ‘무슨 면목으로 사람들을 대하랴’라는 뜻이다. 국민의 생명 하나 보호하지 못하는 실패한 대통령이 된다면 고향주민들이나 국민들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최우선적으로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의무이고, 대통령과 정부의 책무다. 참사의 원인과 구조과정의 책임자들을 단죄해야 한다. 결코, 어물쩡 넘어가서는 안 된다. 시간이 지나 잊혀지길 바라거나 미봉책으로 넘긴다면 제2의 참사는 예고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위기국면을 모면하려고 정치이벤트를 기획하거나 시선을 분산시키려 한다면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것은 씻을 수 없는 죄악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납득하기 힘든 행태를 거듭 보여 줬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숨길 수 없는 팩트인 최초 사고발생 시점부터가 각기 다르다. 책임소재와 처벌이 두려워서 그런지 뭔가 숨기는 듯한 인상이다. 사고시점이 밝혀져야만 구조과정의 허술함과 책임소재가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참사에는 국가정보원도 등장한다. 국정원은 사고소식을 언제 처음 보고받았으며, 어떤 형식으로 언제 청와대에 보고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후 대통령은 어떤 조치를 내리고 국가재난시스템을 가동했는지 속시원하게 밝혀져야 한다. 또한, 선박안전관리 규정위반 묵인과 방조, 허술한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소재 등 선주사와의 유착 여부도 밝혀져야 한다.

 국회는 조속히 국정조사를 통해 참사의 원인과 구조과정의 허술함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명백백 가려야 한다. 억울하고 안타깝게 죽어간 희생자들은 물론 유가족들에게 대한 당연한 도리이다. 아울러 유가족들과 살아남은 탑승객, 그리고 학생들과 관련자들에게 남겨진 상처의 치유와 경제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은 국가와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다.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 생계보조는 물론 진정성 있는 관심과 돌봄도 필요하다. 하지만,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던 과거의 사건들을 잊었던 것처럼 이번 참사도 쉽게 잊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바다로 가라앉는 참사현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함을 보고 국민들 가슴마다 인두자국처럼 선명히 남았다. 이번만큼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강동원<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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