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공유가치창출
[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공유가치창출
  • 박의성
  • 승인 2014.05.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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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기업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윤창출이다. 더 좋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이 판매하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 셈이다. 그런데 양극화, 실업, 환경파괴, 과잉생산 등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기업의 역할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기업활동의 목적에 종래의 이윤추구만이 아닌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사회적 책임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공유가치창출’이다.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은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마이클 포터가 2011년 ‘자본주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란 논고를 통해 제안한 개념으로, 기업의 핵심 역량을 활용해 이윤창출과 사회 기여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는 기업이 이윤창출 이후 파이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던 기존의 사회공헌활동보다 한 단계 진화한 개념이다. 기업활동이 기업과 사회에 모두 보탬이 되는 비즈니스모델로 이해하면 쉽다.

기업의 공유가치창출 사례로는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다국적기업인 유니레버를 들 수 있다. 유니레버는 2003년 방글라데시에서 홍수 피해 지역의 주부들을 방문판매원으로 고용하는 ‘조이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주부들은 NGO에서 돈을 빌려 유니레버 제품을 구매한 후 이웃들에게 팔기 시작하였으며, 2009년에는 3,000명의 주부사원이 180만 개의 제품을 팔았다고 한다. 유니레버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제품판매가 거의 없었던 지역에 많은 물건을 팔 수 있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소득 창출 외에도 위생수준이 개선되고 질병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겼다. 기업활동이 일석삼조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공유가치창출의 성공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경북 영천군의 미니사과는 일반 사과에 비해 크기가 1/7에 불과하다. 문제는 미니사과가 소비자에게 일종의 불량사과로 취급되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식품회사인 SPC그룹이 영천군과 협약을 체결하고 미니사과를 이용하여 케이크를 만들어 전국 매장에서 판매한 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미니사과 케이크 매출이 일반 케이크에 비해 4배 이상을 기록한 것이다. 미니사과가 인기를 끌면서 해당 농가는 서울, 부산 등지의 100여 개 학교에도 급식용으로 납품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연간 생산량은 2007년 30톤에서 2013년 120톤으로 급증하였다. 지역의 천덕꾸러기였던 미니사과가 단기간에 효자상품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상생과 협력이 강조되면서 공유가치창출의 중요성에 눈뜨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산업정책연구원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여 최초 주창자의 이름을 딴 ‘포터상’을 제정, 금년 말 공유가치창출 첫 수상 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북지역 기업들도 농민, 자영업자 등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공유가치창출에 적극 나서길 기대해 본다.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과장 박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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