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名分)있는 곳에 길도 있다.
명분(名分)있는 곳에 길도 있다.
  • 나종우
  • 승인 2014.05.2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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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이 가고 있다. 5월을 누군가는 계절의 여왕이라고 예찬 했지만,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4월과 5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불리어지기 시작했다. 그 말을 증명이나 하듯이 지난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국민 모두에게 슬픔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 아픔 속에서도 이제 얼마 있지 않아 6.4 지방선거가 조용한 것 같지만 김나지 않는 뜨거움으로 진행되어지고 있는 것 같다. 투표와 선거는 한 사회의 정치체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항상 그 사회 구성원들의 커다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크고 작은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각종 언론 매체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로 가득차기 마련이다. 4년이란 짧지 않은 동안 구성원의 목소리를 대표할 사람을 뽑는 일인 만큼 구성원의 관심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어떤 인물을 뽑아야 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이름값을 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를 예를 들어 보면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일찍이 초(楚)나라에서 위(衛)나라로 돌아온 스승 공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선생님! 위나라 인군이 선생님을 모시고 정치를 한다면 장차 무슨 일부터 먼저 하시겠습니까?” 공자가 대답하기를 “반드시 명분을 바르게 할 것이다(必也正名).” 여기에서 말하는 명분(名分)이란 이름 값이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이름 값을, 장관은 장관다운 이름 값을, 국회의원에서 군의원까지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이름 값을, 자치단체장은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이름 값을 하는 것이 명분 있는 것이다. 명분은 하늘이 인간에게 준 자기 분수이다. 명분을 잃는 다는 것은 자기 분수를 못 지키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당나라 태종은 황제가 되기 위해 형을 죽이고 형수를 취해 대의명분을 잃었으며, 성경에 나오는 다윗왕은 신하 우리아의 아내를 취하여 대의명분을 잃었고, 세조는 왕이 되기 위해 조카를 죽여 대의명분을 잃었다. 이처럼 대의명분을 잃은 사람들을 살펴보면 모두가 한결같이 현실과 야합하고 사욕을 절제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선장을 비롯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명분을 잃은 것을 보고 있다. 주어진 이름 값을 하지 못하고 명분을 잃어서, 살아 있어도 떳떳한 삶을 이어가기 어렵게 된 것을 보고 있다. 반면 똑 같은 상황에서 명분을 바르게 한 의인(義人)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명분을 잃은 자들은 현실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등 자기 위치를 벗어 날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어느 시대이든 대의명분을 벗어난 사람에게는 준엄한 역사의 심판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언급한 당태종, 다윗왕, 세조 모두가 본인이 얻었다고 하는 명예와 권세는 그의 생전에 고통으로 돌아왔다.

명분있는 곳에 길도 있다.(必也正名)

이제 며칠 후면 6.4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고을을 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많은 후보들을 보면서 유권자들은 그들의 행적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전국적으로 메니페스토(manifesto) 협약식이 일어나고 있다. 정치와 정치인에 식상한 유권자들에게 네거티브 선거를 과감히 청산하고, 건전하고 성숙한 선거문화를 약속하는 협약이다. 정책 선거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책 선거라는 것은 지킬 수 있는 공약으로 주민속에서 주민과 함께 해온 것을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누가 명분을 지켜왔으며, 누가 명분을 잃었는가, 누가 야합에 편승했는가를 따져 볼 일이다. 공자는 말하기를 “명분이 서지 않으면 말이 순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일이 성취되지 못한다”고 했다. 명분에 맞게 살아왔는가. 명분에 맞게 이름값을 하면서 과거에 일을 했었는가도 따져 볼 일이다. 무엇을 어떻게 했었노라고 자신있게 자신을 내놓을 수 있어야 된다. 이 사회의 기강이 서기 위해서도 명분을 지킨 사람이 뽑혀야 한다.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고장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게 할 수 있는 후보인가. 명분을 바로 내세우고 있는 가를 정말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정치인이든 소시민이든 간에 모두가 지켜야 할 대의명분이 있는 것이다. 명분없는 정치는 야합정치이며 야합정치는 이합집산을 거듭하다 결국 이기주의 집단으로 어렵게 되었던 것을 많이 보아 왔다. 이제 이런저런 후보로 나선 이들은 모두가 명분을 바로세우고 유권자 앞에 겸손히 나서야한다. 유권자들은 유권자들의 명분에 맞게 냉철하게 생각하고 행동 할 때 민주주의와 성숙한 선거문화가 꽃피울 것이다.

  나종우 <원광대 명예교수·전주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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