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는 “안전”…행동은 “단가 후려치기”
입으로는 “안전”…행동은 “단가 후려치기”
  • 윤재호
  • 승인 2014.05.15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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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온 국민은 비탄에 빠져 있다. 세월호 희생자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비참함과 미안함에…….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움에 대한민국 온 국민이 큰 슬픔과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미증유의 정신적 공황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는 지금 안전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

 그동안 건설산업은 국가 발전의 선도적 역할을 다하고 국민에게 더 좋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도록 투철한 장인정신과 책임감으로 사회 기간산업과 주택공급 그리고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등 성공적인 면도 있었지만,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같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뼈아픈 대형사고도 있었음을 자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건설인은 뼈아픈 과거를 잊지 않고 거울삼아 그동안 부실공사와 안전사고 퇴출을 위한 품질혁신과 신기술 개발을 추구하고 꾸준한 자정 노력 그리고 안전관리 법률이 준수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역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각종 인프라 사업에서 비용 줄이기만 몰두하고 있는 현실에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들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건설현장의 사고예방을 위해 발주자가 시공사에게 지급하는 산업안전관리비의 경우 2008년부터 동결하다가 6년만인 2014년도에 공사종류 및 규모별로 소폭 인상(평균 7.6%)되었다.

그러나 50억원이상 일반건설공사(갑)의 경우를 살펴보면 대상금액(공사원가계산서 구성항목 중 직접재료비, 간접재료비와 직접노무비를 합한 금액)x1.97%(종전 1.88)를 차지하는 안전관리비가 그동안 인건비와 자재 그리고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여 적정하고 합리적으로 반영되어 공사현장의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충분한 산정기준인지 우리 건설인은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안전사고로 사망한 근로자는 1,091명으로 하루 3명꼴이고, 부상자를 포함한 산업 재해자는 총 8만4,197명이다. 근로자 1만명당 안전사고 사망자(0.71명)는 일본(0.22명), 독일(0.18명), 영국(0.07명)보다 3~10배 정도 많다.

 또한, 안전행정부는 지자체의 예산낭비를 줄이기 위해 발주산업의 원가산정 및 설계변경 증감금액의 적정성을 사전에 심사하는 계약심사부를 시·도에 설치(2008년)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그동안 수 십조원의 예산을 절감(2009년 1조 2,174억, 2010년 1조 1,616억, 2011년 1조 4,116억, 2013년 9,636억원)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도 너 나 할 것 없이 예산절감 성과만을 앞다투어 언론에 홍보하며 정치적 치적으로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라북도청도 그동안 2008년 27억, 2009년 122억, 2010년 203억, 2011년 598억, 2012년 451억, 2013년 450억으로 총 1천851억원을 절감하여 예산절감의“효자”라며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에 계약심사제도는 실적이 없다면 계약심사부서의 존재 가치가 상실되기 때문에 해가 거듭할수록 해당 부서는 예산 보전과 지자체간 경쟁적 예산절감 실적의 치적 쌓기 위주의 전시행정으로 전락하는 모습으로 변질하여 버렸다. 결국, 공공공사가 예산절감의 “봉”이 된 것이고 이런 문제성에 따라 계약심사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계약된 공공공사는 최고의 품질로 납품하라는 이중적인 태도를 국민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계약심사제도를 이용해 한해 수조원의 예산을 절감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과연 건설공사의 시공품질 향상과 부실공사 방지, 그리고 국민의 안전 보장에 예산절감만이 효과적인 수단일까?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국민의 안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국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재난에 대비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충분하게 제공되지 못한 원가산정의 공사금액은 건설사, 자재, 장비업자, 건설근로자의 상생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한순간 무너트리는 요소로 작용함으로 결국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훗날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합리적인 안전관리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적정공사비는 국민 안전에 대한 미래 지향적인 투자이기에 현재의 수학적 계산 논리만 따지는 예산절감 접근방식은 이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안전한 삶과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지금은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고 지속 발전 가능한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는 반드시 예산절감이라는 허울뿐인 치적보다는 가장 근본적인 원리인 기본에 충실하며 원칙이 인정받고 사회적 비용에 합리적이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인간중심, 안전한 대한민국 미래의 희망을 심는 것이다.

 윤재호<대한건설협회 전라북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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