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건설산업
변화하는 건설산업
  • 소재철
  • 승인 2014.05.13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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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산업중에서도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이는 국내 건설 경기가 앞으로도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그만큼 국내 건설산업은 매우 궁(窮)한 처지에 놓여 있다. 여기에서 궁의 형상을 풀어 보면, 몸(躬)이 구멍(穴)에 끼여 있는 형국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지경인지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이럴 때면 곧잘 ‘궁하면 통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궁하면 저절로 통하는 것은 아무래도 잘 수긍이 되지 않는 말이다. 그렇다. 이 말은 바로 주역(周易) “계사전”에 나와 있는 ‘궁즉변 변즉통(窮則變 變則通)’에서 유래한다. 궁하면 먼저 변해야 하고, 변하면 통한다는 것으로 궁에서 벗어나 통하는 것의 요체는 변하는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고전은 여기에다 ‘통즉구(通則久)’ 즉, 통한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막혔다고 여겨지던 것이 변화하여 그것이 서로 통하게 하면 영원할 것이란 제시를 하고 있다. 우리 건설산업이 바꿔야 하고 또 바뀌어야 할 것은 매우 많다. 모든 건설인 스스로가 변해야 하고, 우리 건설문화와 건설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난제가 산적해 있어 어느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답답하기도 하다. 또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모든 사물에 빛과 그림자가 있듯 우리 건설산업에도 지난 세월 동안 명암이 함께했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은 그 어떤 산업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건설업을 ‘삽질공화국’의 대명사이고 ‘부패의 온상’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작태다. 다시 말해, 건설산업의 어두운 면만 강조해 오고 있는 집단에 의해 파렴치한 산업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우리는 그냥 바라보고만 있지 않은가.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해외시장에서의 역동적인 활동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의미에서 세계에서 9번째로 1조 달러 대열에 진입한 한국 무역의 위상은 우리 국민에게는 큰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이다. 작금에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있는 우리 건설산업이 해외 건설시장에서 6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세계적 건설 주간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이 매년 250대 세계 건설기업을 선정해 해외시장 매출액을 발표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15개 건설사가 2012년 해외시장에서 올린 매출 실적이 약 414억 달러로 일본을 제치고 스페인, 미국, 중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6위를 기록한 것이다. 6위라는 자리는 한국이 1995년에서 1997년까지 4.4~5.0%의 점유율로 차지한 바가 있었다. 즉, 해외 건설시장에서의 우리 위상은 한국 무역에 뒤지지 않고 오히려 앞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 않은가. 

아득한 옛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1973년 10월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제1차 석유파동으로 한국 경제는 위기에 봉착했다. 당시 우리 건설업계는 이러한 위기를 중동 특수로 바꾸면서 한국 경제 중흥의 토대로 삼았다. 제1차 석유파동 전에 1배럴당 3달러 남짓 했던 원유가가 1974년 1월1일을 기해 약 12달러로 인상됐다. 

아랍 산유국은 석유가격이 폭등하면서 벌어들인 오일머니를 토대로 왕궁, 병원, 고속도로 등 시설물 건설에 착수했다. 당시 한국의 임금수준이 일본의 25%, 유럽의 10%에 지나지 않아 국내 건설업체는 시공 중심의 건설계약에 대단한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국내 건설기업이 중동시장에서 벌어들인 오일머니는 1976년까지 고질적인 무역외 수지 적자를 흑자로 반전시켰다. 

특히 제2차 석유파동으로 인해 석유가격이 약 2.4배 급등했던 1980년 해외건설의 국민총생산(GNP) 성장기여도는 무려 40%에 달했다. 이러한 해외 건설의 기여도에 힘입어 구축된 경제적 토대 위에 현재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하는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의 기초가 만들어졌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1975년 준공됐고, 당시 금성사(현 LG전자) 창원공장이 1976년 잇달아 준공됐다.

다시 말해 우리 건설산업이 전자와 자동차와 같은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를 받을 만하다.  어느 누구도 이러한 사실에 대해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는 자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저 무한하게 팽창할 것이라고만 믿었던 시대에서 이젠 까다로운 수요자들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어야 하는 시대이다. 더 나아가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건설업계는 변화의 요구들을 슬기롭게 수용하고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진정 변해야 할 시점이다.

  건설산업이 고용과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는 것은 고도성장 시대를 힘겹게 이겨온 기성세대 일수록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거기에는 지금 건설산업이 겪고 있는 위기를 잘 극복해 달라는 염원 내지 주문도 담겨 있다. 건설현장에서 상식과 기본과 원칙은 잘 지켜져 왔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건설산업에서 ‘제값 받아 제대로 시공하고 제 값 주는 것’이 상식이고, ‘사람이 재산이고 장인정신을 담는 것’이 기본이며 ‘도면과 시방서대로 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상식과 기본과 원칙이라는 튼튼한 토대 위에서만 건설산업의 미래와 국민의 안전도 보장될 수 있다.

  소재철 <(주)장한종합건설 대표/원광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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