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가슴에 피멍으로 묻고
평생 가슴에 피멍으로 묻고
  • 김종국
  • 승인 2014.05.08 17: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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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훼리호 침몰에도, 천안함 침몰후에도 매뉴얼은 없었는가? 대형사고가 잊을만하면 터지고 국격을 깍아 내리고 있다. “부모가 죽으면 산에다 묻고 자식이 죽으면 평생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유가족의 가슴에 슬픔으로 영원히 묻고, 우리들의 가슴에 피멍으로 묻고 있다. 이번 세월호 사건은 우리 모두를 비탄과 슬픔으로 몰아가고 있다. 20일 훨씬 지난 오늘까지도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 모습이 우리 국가의 모습이란 것을 이제야 알았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뽐내던 경제발전도, 월드컵에서 4강 신화의 영광도, 세계 7대 수출대국도 이 모든 것이 우리를 부끄럽게만 느껴지는 계기가 되었다.

타이타닉 침몰 때 영국인의 긍지를 가져라(Be british)고 외치며 배와 함께 순직한 선장과 승객을 놓고 도망가는 (Be korean)을 비교하면서 외국 언론이 우리를 비아냥 거린다. 과거에 우리가 피 땀 흘려 노력했던 업적도 이제는 초라하게 보일 뿐, 이대로는 아니 되겠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분노이다. 하루 한 끼를 먹어도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유가족의 절규가 우리 모두의 가슴을 내리 치고 있다.

 최초로 전남소방본부에 신고한 최덕하군은 선원이나 선장이 아니라 단원고학생이었다. 최덕하군의 신고에 의해서 174명이 구조되었다. 이는 세월호가 제주 해상관재센터의 신고보다 3분을 앞섰던 것이다. 8시 55분에 세월호의 신고에 의해서 최후교신 10시 17분까지 82분 동안 그 귀중한 시간을 허비한 채 302명의 사망 및 실종자가 되었다. 82분 동안 사령탑이 되어야 할 선장은 팬티차림으로 승객의 안전여부를 아랑곳하지 않고 잠자다가 탈출하는 데 급급했고 해경은 조타실에 있는 승무원과 선장을 합해 선박직 15명을 구출한 시간이 9시 45분이었다.

이 때 최후의 교신이 10시 17분이었으니 302여명이 갑판으로 오르거나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은 9분이었으면 가능하다고 한다. 전원을 살릴 수 있는 사고를 302여명이나 죽게 만들었으니 이 어찌 통탄하고 부끄럽지 아니할 수 있을까. 해경과 승무원이 아닌 민간인과 학생들을 최초로 구조한 것도 어민이다. 구조자와 그리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봉사활동을 편 것도 자원봉사자들이다. 진도로 향하는 버스를 대절해 준 것도 안산택시조합이다.

국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박한 상황에서 어느 곳의 국가기관도 보이지 않는다. 82분 동안 선장이 진두지휘하면서 승객들을 대피시켰다면 단 한명도 희생자가 없었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승무원들은 “안전하니 객실에서 기다려 달라” “안전하니 객실에서 기다려 달라” 방송만 되풀이하고 자기들만 쏙 빠져나갔다. 질서를 지키려는 어린학생과 승객이 위대하다.

  더더욱 창피한 것은 우리나라가 조선업 수주량이 20여년동안 세계1위 수주국으로 가장 배를 잘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의 연안을 드나드는 여객선은 일본에서 20년 가까이 운항해서 노후된 쓰레기 배로 도덕적 위태(moral hazard)를 위장한 채 태우고 다녔던 것다. 원래 해상사고에는 원인규명 즉 손인(損因:Peril)이 먼저이다.

세월호 침몰의 최초의 원인이 과적인가? 암초인가? 타선박과의 충돌인가? 다른 물체인가? 급격한 회전인가? 이것을 분명히 밝혀야 유가족들이 분개해 하지 않고 의문이 풀리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손인을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것만이 대책의 시발점이고 제2의 해상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괴 소문을 잠 제울 수 있다.

사람은 죽어가는 데 혼선을 빚고 사령탑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 국가의 본 모습이고 우리의 미니어쳐이다. 부도덕한 해피아들과 천민자본가가 관리를 이용하여 규제를 완화하고 완화된 규제를 가지고 돈벌이에 나서면서 어린 양들을 희생시키고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지우지 못하는 한과 상처를 주게 하였다.

이제 우리는 이 꽃다운 영혼들에게 할 일은 하나 뿐 이다. 세월호의 사상자들을 영원히 우리의 가슴에 품고 또다시 이런 일이 재발치 않도록 연안 여객선, 소방 안전, 지하철 안전 등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쭐거렸던 우리를 부끄러워 할 줄 알고 우리의 본 모습의 허물을 하나씩 지워 나가는 그것만이 세월호 참사에 운명을 달리한 어린 학생들에게 우리의 죄를 갚는 길이라 생각한다.

최초로 신고하여 174명을 살린 최덕하군! 제자를 구하고 산화한 최혜정선생! 남윤철선생, 진정한 선장인 박지영승무원님! 302분의 사망자와 실종자님!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대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평생 가슴에 안고 올바른 나라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 말 뿐이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사랑합니다. 우리를 용서 하십시오.

정말 안내방송을 듣고 질서를 지켜 산화된 302분의 승객, 최덕하군! 최혜정선생! 박지영승무원! 수많은 자원봉사자! 이분들이 수천년을 이어온 우리민족의 저력이고 희망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그대들의 억울함을 가슴에 품고 새로운 사회와 나라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김종국 <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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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2014-05-09 09:53:34
가슴이 아프네요~ 부디 잊혀지지 않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