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권 연령 18세로 낮추는 논의가 필요한 때
선거권 연령 18세로 낮추는 논의가 필요한 때
  • 이충민
  • 승인 2014.05.0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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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권 연령을 18세로 낮추어 18세의 학생 및 학교에 재학중이지 아니한 청소년도 선거에 참여 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대한민국 헌법」(이하,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공직선거법」(이하, ‘공선법’) 제15조에서 19세 이상의 국민에게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권, 19세 이상의 사람에게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권이 있음을 규정하여 19세가 되지 아니한 미성년의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또, 공선법 제60조에 따라 미성년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미성년자인 국민은 직계존속 또는 배우자가 (예비)후보자일 경우에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사실상 우리나라 교육체계에서 고등학교 3학년 이하의 학생 및 청소년은 선거와 관련한 어떠한 행위도 권리로서 법적 또는 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선거권에 연령제한을 두고 있는 것에 관하여 ‘미성년자의 정신적·신체적 자율성의 불충분 외에도 교육적 측면에서 예견되는 부작용과 일상생활 여건상 독자적으로 정치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의문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면서, 18세로 규정되어 있는 공무담임권에 대해서는 ‘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의 연령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는 입법자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선택의 문제이고 입법자가 선택한 수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재량에 속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판단은 미성년자인 국민의 선거권을 일정한 ‘나이’를 기준으로 제한함에 있어서 공선법이 우리나라 교육체계상 초·중등교육과정에 있는 학생(학생이 아닌 자 포함) 모두를 배제하고 있는 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규정함으로써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점, 정신적·신체적 자율성의 충분·불충분의 판단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 부작용의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 등에 있어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공무담임권을 18세의 국민에게 보장하고 있는 현행 법체계 하에서,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국민’을 정신적·신체적 자율성이 불충분 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선거권과 선거운동 모두를 제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18세 이상 미성년의 국민에게 공무담임권을 보장하는 법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면, 공선법을 개정하여 18세 이상 미성년의 국민도 선거권을 향유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논리에 부합하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미성년의 국민은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민주사회의 기본적 가치인 민주질서를 체화하고 선거에 관심을 가지도록 장려하는 것은 우리사회를 보다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가도록 하는 추진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가입·비준하여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UN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하, ‘아동권리협약’)은 당사국으로 하여금 자신의 견해를 형성할 능력이 있는 아동에 대하여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견해를 자유스럽게 표시할 권리를 보장할 것과, 아동의 견해에 대하여 아동의 연령과 성숙도에 따라 정당한 비중이 부여되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지난 2013년 8월에 공포·시행된「전라북도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학칙 등 학교 규정의 제·개정 및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학생이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학교의 장 또는 교육청에 학교운영 및 교육정책과 교육사업에 관하여 의견표시 및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대부분 고등학교 3년에 재학중인 학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8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부여할 경우, 교육감선거를 비롯한 많은 선거에서 정당 및 후보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의사에 귀 기울이고, 학생의 교육 및 복지에 관한 공약을 계발하고 이행하는 등의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학생 개개인은 모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이 명시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보장 받아야 하고,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안에 관하여 의견을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학생을 단순히 교육의 객체로서 훈육의 대상으로 여겨왔던 인식과 문화는 학생의 정치적 의사표현 등의 행위를 반교육적 내지 사회에 대한 반항의 의미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였다. 학생은 엄연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권리의 주체이고,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배우고 실천하며 함께 살아갈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다.

  공선법을 개정하여 선거권연령을 18세 이상으로 규정함으로써 초·중등교육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삶과 밀접한 사안들에 관하여 적극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이러한 의사가 선거를 통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입법 또는 행정에 반영되어 지도록 한다면, 선거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성년이 된 이후에 민주주의의 근간인 유권자의 정치 및 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이충민 / 인권문화예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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