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수학여행
세월호와 수학여행
  • 김한길
  • 승인 2014.05.08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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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가 침몰한 지 20일이 넘었다. 생존자는 없고, 수많은 실종자는 모두 돌아오지 못하였다. 실종자 수는 아직도 번복되고 있다. 이 큰 사고와 재난 앞에서 모두 망연자실한 것 같기만 하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위기대응체제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분개하고 슬픈 국민은 커다란 정신적 충격에 하던 일로부터 손을 놓을 정도이다.

 때마침 세월호에는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 많았고, 학생들의 단체수학여행은 원천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한 술 더해 원래 수학여행 매뉴얼은 100명 이하 소규모 체험학습이 권장사항이었는데, 단위학교가 이를 지켰느니 안 지켰느니 하고 서로 비난을 하였다.

 세월호 사건의 본질은 단체가 떠난 수학여행이 아니다.

 우선 항해사와 선원의 안전불감과 비상식적인 무책임이 있었고, 뒤에는 우리 사회 오랜 고질적 낙하산과 부패의 연결고리가 있었으며, 여기에 앞뒤 대책 없고 말 통하지 않는 막무가내 우기는 식의 이단종교가 있었다.

 이러한 때에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하자는 사회적 책임론은 당연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사회적인 안전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백 번 합당하다.

 이런 맥락에서 당분간 사회적 안전시스템 점검이 필요한 시기이므로 단체수학여행이 보류된다는 것은 이해될 수 있으나, 이제는 단체여행은 무조건 되지 않는다는 식의 사회적 불안감으로 수학여행을 차단한다면 안 된다고 본다.

 수학여행은 단체가 떠나는 합숙체험여행이어서 수학여행이다.

 부디 이 어려움을 지내며, 제발 마음 편히 수학여행 갈 수 있는 세상 되길 바란다. 이 슬프고 분하고 창피한 일을,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를 반면교사로 삼아 재정비하는 마당에, 정작 우리는 사회 안전시스템 제대로 고치지 못한다면,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전주상산고등학교 1학년 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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