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 가족과 일상의 소중함 느꼈으면
5월 가정의 달, 가족과 일상의 소중함 느꼈으면
  • 윤형섭
  • 승인 2014.05.07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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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대화는 세월호로 시작해서 세월호로 끝난다. 너무나 어이없이 가라앉아 버린 세월호가 온 국민들 가슴에 우울함과 슬픔을 주고 있다. 참으로 잔인하고 참담한 4월이 가고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이어지는 ‘가정의 달’을 맞았다. 예전 같으면 대대적인 슬로건 아래 각종 이벤트와 행사를 풍성하게 진행했겠지만, 올해는 간소하고 검소한 행사를 하고 있다. 또한, 도내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던 각종 지자체의 축제가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다만, 사전예매 또는 작품 공모를 마쳐 연기나 취소가 어려운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 1일 세월호 참사에 애도를 표하며 경건하고 차분한 분위기에 초점을 맞춰 레드카펫 및 이벤트 등을 없애고 영화 상영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가족 풍속도도 서서히 변화되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대가족을 이루고 살면서 가정교육이 자연스럽게 밥상머리에서 어른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환경이 가정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핵가족화, 도시화로 인하여 부모 형제와 멀리 떨어지거나 직장을 따라 주말부부가 많아지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고 행복한 가정을 원하고 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가족과 함께 살더라도 가족 간의 하루 평균 여가시간은 106분에 그치고 있으며, 여가활동 내용도 TV 시청이 50%에 달하는 게 현실이다.

 어른을 존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과 배려로 대하는 게 우리의 전통이다. 예로부터 가정의 화목은 가정생활의 핵심이자 사회생활의 근본이 돼왔다. 그러나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개인주의가 팽배하면서 가족의 의미가 흐릿해져 가고 있다. 특히 우리의 아버지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에 오늘도 새벽 문을 열고 하루를 시작해 늦은 밤에 퇴근하고 있으니 자녀들은 아빠의 얼굴을 보기 힘든 현실이 됐다. 아빠는 있되 아빠 역할 부재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즈음 가족 간 서로 소중한 정과 도리를 되새겨 보자고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하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줄지어 있다. 그런데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단순히 아이들 손잡고 놀이공원을 간다거나 부모님 모시고 외식을 하는 것이 공식행사가 되어버린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선물, 여행, 외식 등의 형식적인 행사가 진정한 가족의 화목과 사랑을 대신하고 있지나 않은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유대인들의 우수함을 이야기할 때 가족 간의 대화와 자녀 교육을 말한다. 유대인들은 아무리 바빠도 금요일 저녁이면 가족이 함께 모여서 식사를 나누며 서로 대화했던 경험을 그들의 정체성과 지적 호기심을 일깨워준 가장 큰 계기로 지목하고 있다. 그들은 상호 질문과 대답 찾기라는 대화 방식으로 서로 생각을 이해하고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하루에 수십여 분에 불과한 우리의 가족 문화를 이제는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가정이 화목하고 평안한 가정생활을 하는 사람은 직장이나 사회생활도 잘하고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아 주위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는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처럼 모든 일이 가정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가족 간의 대화가 중요시되면서 가족 친화적 경영의 일환으로 매주 또는 매월 하루는 정시 퇴근을 독려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LX대한지적공사도 매월 수요일을 가족과 함께 하는 날로 정하고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 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한 주에 중간인 수요일이 피로도가 높아 일찍 퇴근해 가족과 재충전하면 목·금요일에도 지치지 않고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어 긍정적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바쁘고, 어른들은 어른들 나름대로 바쁘게 살아간다. 바쁘다는 말 한 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 같다. 일상 안에서 대화조차 잘 나누지 못하면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그동안 잘 해주지 못한 특별한 그 무엇인가를 해주려고 한다. 특별한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 같다. 일상적이어야 하는 가족 간의 대화도 이벤트성으로 전략한 듯하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는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그리고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희망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내 곁에 있는 이들이 그 자체만으로도 고마운 존재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우리의 일상을 곰곰이 살펴보고 가족의 소중함과 가족 간의 대화도 우리의 일상 안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기억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함께 생각해 봐야 하겠다.

 윤형섭<대한지적공사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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