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가 금융부분에 남기는 교훈
세월호 사고가 금융부분에 남기는 교훈
  • 이병화
  • 승인 2014.05.01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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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나리와 진달래가 목련 및 라일락과 한데 어울려 새봄을 연주하려는 즈음에 진도 앞바다에서의 한 선장의 지극히 이기적이고 몰상식한 행동으로 인하여 온 국민이 슬픔의 도가니에 빠져 있다. 누구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제 본분을 다했더라면 우리들의 꽃다운 아들딸들이 저렇게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헤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우리들의 가슴이 답답한 것이다.

그간 우리는 수많은 사건사고로 천하보다도 귀한 우리들의 형제자매를 수없이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유사한 사고를 계속하여 당하고 있다.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책임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척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지만 그럴 듯한 대책을 발표하면서 그 순간을 넘겨 왔다. 그것으로 언론의 관심도 국민들의 걱정도 어물쩍 넘어갔다가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곤 하였다. 그러다 보니 소득수준은 3만불을 넘는다고 외치지만 인간존엄수준은 아직도 1만불 수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온 국민들은 제일 먼저 세월호에서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세월호의 내부구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정황을 그들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고 승객들을 보호할 법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세월호가 침몰하기 직전까지 그들의 본분을 충실하게 이행하다가 침몰 직전에 그 배에서 탈출했었더라면 수많은 우리들의 아들딸들을 구했을 것이고 그들 또한 더 떳떳할 것이다.

그러나 전혀 노력하지도 아니하고 자신들의 목숨만을 건지기 위해 제일 먼저 세월호를 벗어난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의 목숨도 귀중하고 그들의 살고자 하는 마음도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책무를 이행하고자 하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아니하고 그것도 선실 안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안내방송까지 하면서 그들만은 선실을 벗어나 구조선을 탄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세월호 선장과 같은 사람들을 리더요 지도자라고 한다. 그들의 의사결정에 따라 그가 속한 조직이나 단체 또는 회사의 성격이 결정되고 행동영역이 달라진다. 우리는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정에서부터 회사와 사회 그리고 학교와 교회 등 수많은 종류의 공동체에 속해 있다. 각각의 공동체마다 특색이 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그 공동체의 장이나 리더의 생각과 철학 그리고 능력에 따라 그 공동체가 달라진다.

나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내 가족들에게 세월호의 선장처럼 행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본다. 가장의 권위만 강조하면서 온갖 궂은 일은 가족들에게 미루고 호통만 치며 팔짱만 끼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또한, 내가 속한 여러 종류의 공동체에서 과거의 경험과 경력만을 내세우면서 변화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을지 되새겨 본다. 세월호 참사도 우리들의 아들딸들의 시신이 어느 정도 수습되고 정부의 대책발표와 관계자 처벌 등으로 과거의 수많은 사고처럼 기억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또 다른 사고를 당하게 되고 전 국민이 겪는 지금의 울부짖음과 애통함도 쓸모없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사건사고가 나와는 무관하고 의미없는 일이라는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 나도 그러한 사고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전 부문에 걸쳐 사고예방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한 사고예방대책은 국민들의 일시적인 한을 푸는 일회성이어서는 아니되고 법적/제도적인 장치여야 한다.

 금융부문에서도 예외일 수가 없다. 금융부문에서도 수많은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과거의 사고대책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다. 가장 중요한 대책 중의 하나가 경영진의 자격요건에 관한 대책이다. 첫째 금융회사나 금융유관기관의 경영진의 자격요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법제화해야 한다. 그리해야 비전문가가 낙하산을 타고 오는 것을 예방할 수가 있다. 행여나 비전문가가 현재 경영진으로 있다면 그들을 하선시키고 전문가들로 하여금 경영하게 하여야 또 다른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둘째 설령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그 조직을 위해 그리고 고객과 조직 구성원을 위해 자기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칠 책임성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인 낙하산들에 부족한 것이 책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적당히 자리만 지키면서 좋은 얘기만 하다가 사고없이 임기를 채우면 유능한 사람으로 평가되어 다음 자리로 갈 수 있는 반면 조직의 장래를 위해 구조조정을 하고 틀을 바꾸는 등의 혁신을 하면 맨먼저 구성원들로부터 싫은 소리가 나오게 되고 그러한 풍문을 바탕으로 한 일방적인 평가로 인하여 그 꿈을 실현하지도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다 보니 국가의 경제성장에 따라 금융회사의 규모는 엄청나게 커졌지만, 그 경영행태는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 신세 수준이고 글로벌 경영은 업무계획 등 문서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셋째 경영진의 리더십은 도덕적인 우월성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업무실적이 탁월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실적이 떳떳하지 못한 영업행태에서 비롯되었다면 누가 그를 존경하겠는가? 앞에서 언급한 전문성이나 책임성은 도덕성을 전제로 했을 때에만 빛을 발한다. 법적 제도적으로 흠이 없어야 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 양심적으로도 탈이 없어야 한다.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한 자격요건은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되 법제화되어야 하고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금융부문에서도 국민들의 혈세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세월호와 같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병화<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고문/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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