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고 몇 번이고 울었습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울었습니다
  • 한기택
  • 승인 2014.04.30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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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버큰헤드 정신’은 없는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울었습니다. 나도 울고 너도 울고 우리 모두가 가슴 아파 울었습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추었을까?’ ‘얼마나 ‘살려줘, 살려줘’하고 외쳤을까?’

 부모들은 ‘○○아! ○○아! 목을 놓아 울며 얼마나 많이 불렀을까?’

 생각만 해도 분통이 터지고 가슴이 찢어지듯 마음이 아픕니다.

 들려오는 뉴스마다 ‘살아서 돌아왔습니다.’라는 희소식은 없고 ‘몇 구를 인양했습니다.’라는 말이 우리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고 쓰리게 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이 지경이 되었으니 어른들은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으며, 그저 ‘부끄럽고 미안하구나.’

 우리나라의 안전 불감증으로 일어난 대형 사고를 뒤돌아보면 ▶여객선 창경호 좌초 (1953년-229명 사망), ▶남영호 침몰사고 (1970년-326명 사망), ▶서해 페리호 사건 (1993년-292명 사망),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1995년-502명 사망) 등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머리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까맣게 잊혀져간 대형 사고들입니다.

 그때마다 나오는 뉴스는 인재(人災)라고 하였으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하겠다고 정부도, 언론도, 우리도 함께 외쳐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승객들에겐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하고는 제일 먼저 배에서 빠져나온 선장과 승무원들의 무책임에 화가 치밀어 오르고,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초기대응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미숙하여 아까운 생명을 더 구해내지 못한 것에 가슴이 더욱 아픕니다.

 그래도 높은 파도와 위협을 무릅쓰고 필사의 힘으로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해 내려는 많은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선장도 승무원도 승객을 내팽개치고 몰라라하고 탈출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여승무원 박지영 양은 살신성인의 본보기였습니다. 【“누나는 왜 구명조끼를 입지 않느냐”는 물음에 박 양은 “선원은 맨 마지막이다.”라며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자 “너희들 다 구하고 나도 따라가겠다. 바다로 우선 뛰어내려라”며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박 양의 지시를 따른 승객들은 모두 구조됐지만 끝내 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했고, 결국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됐다.】

 참으로 고귀하고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착하고 아름다운 고(故) 박지영양의 분향소로 발신인 ‘대한민국 국민’ 이름으로 화환이 배달되었다고 합니다.

 영국 사람들에게는 ‘버큰헤드 정신’이 있습니다.

 【1852년 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근처 바다에서 영국 해군 수송선 버큰헤드호가 암초에 부딪혀 가라앉기 시작했다. 승객은 영국 73보병연대 소속군인 472명과 가족 162명인데 구명보트는 3대뿐으로 180명만 탈 수 있었다. 탑승자들이 서로 먼저 보트를 타겠다고 몰려들자 누군가 북을 울렸다. 버큰헤드 승조원인 해군과 승객들과 육군 병사들이 갑판에 모였다. 함장 세튼 대령이 외쳤다. “그동안 우리를 위해 희생해 온 가족들을 이번에는 우리가 지킬 때다. 어린이와 여자부터 탈출시켜라.” 아이와 여성들이 군인들의 도움을 받아 구명보트로 옮겨 탔다. 마지막 세 번째 보트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아직 자리가 남아 있으니 군인들도 타세요.”

 한 장교가 나섰다. “우리가 저 보트로 몰려가면 큰 혼란이 일어나고 배가 뒤집힐 수도 있다.”며 빈자리가 남았어도 함장을 비롯한 군인 470여명은 구명보트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며 배와 함께 가라앉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인재(人災)를 당하고 겪으면서 ‘안전제일’을 힘차게 외쳤지만 ‘안전제일’은 온데간데없고 인재(人災)만 계속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5월 가정의 달, 어버이날을 앞두고 더욱 가슴이 아프고 슬퍼집니다.

 조선강국, IT 강국, G11이라고 자처하는 국가의 위상도 크게 추락하였으며 부끄럽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 노랑 리본을 달고 자숙하고 반성하면서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위로합시다.

 한기택<코리아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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