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길
봄 길
  • 이신후
  • 승인 2014.04.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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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극작가 토머스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서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 말했듯 올해 4월은 참으로 가혹하고 힘든 날입니다. 제주도로 떠나는 여행에 가슴 설?던 사람들, 특히 미래를 가지고 있던 아이들의 꿈망울들이 사그라졌습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는 사람이 만들어낸 인재로 불행의 전철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정말 안타깝습니다. 올바르지 못한 것은 조금씩 바꿔가며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잊어버리고 변화시키지 않았던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하루하루를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 행복해질 거라고 희망을 갖기에도 이미 벅찬 세상입니다. 세상이 사람을 힘들게 하기보다는 사람이 세상을 힘들게 만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낡았다고 생각한 잘못들을 조금씩이라도 바로 잡아가는 노력을 무시하고 잘못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었으며, 빠르고 겉만 번지르르한 올바르지 않은 일들을 선택하면서 과거의 과오들을 잊어버리고 성장한 세태가 세상을 더욱 험난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나의 길을 만들어 내는 데 대한 과정의 책임은 항상 누군가에게 지워지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길은 아무나 낼 수 있으나 올바른 길은 아무나 낼 수 없습니다. 올바른 과정을 만들어 내는 것은 수많은 출발과 결과의 시행착오의 경험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운 과제이며 바르지 않은 길로 인해 따르는 대가는 온전히 후손이 가져가게 되기에 의무가 뒤따릅니다. 그렇기에 새로움에 휘둘리기보다는 바른 것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 속에 한 발자국씩 극복해나가며 후손들을 위해 험난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해봤습니다. 행복은 공정함에서 비롯된다고 느낍니다. 공정함은 조화로울 때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정치에서도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아무리 무지갯빛 공약을 발표하고 설령 그 공약이 이루어진다 해도 결국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행여라도 권력상부에서 낙점한 후보를 유권자로부터 선택이라는 틀을 빌려 결정된다면 과연 국민들을 위해 공정한 사회를 이루겠다고 어찌 자신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 선거에서부터 그러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던 선거 후보자들의 공약들은 많았지만, 정책이 각인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허황되고 책임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정치가 행해지기 위해서는 선거를 치르는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무엇보다 공약을 이루고자 노력하고 진실한 생각으로 정치를 행하는 바른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후손들이 맞아들일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바르게 변화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리더가 빠름을 추구하기보다는 늦더라도 바른길로 인도한다면 힘든 가운데서도 모두가 행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정호승 시인의 ‘봄 길’에서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시구가 있습니다. 끝나는 길에서 또 다른 길에 책임감 있고 스스로 올곧게 나아가는 봄 길의 정치를 국민들은 염원합니다. 올바르고 용기 있는 길을 가고자 하는 정치 지도자는 국민의 행복이 무엇인지 살펴 공정하며 조화로운 따뜻한 봄 길을 만들기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구불구불한 옛길을 걸으며 떠올린 생각은 삶은 채워가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연습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구불구불한 옛길도 걷는 사람의 생각이 바르고 미래지향적이면 그 길은 새로운 길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간절한 바람은 하늘나라로 떠난 아이들에게 두려움과 공포와 슬픔을 거두어 주고 함께 떠난 친구들과 선생님과 손잡고 봄 길을 걸으며 남은 소풍을 마쳤으면 좋겠습니다.

  이신후<전북디지털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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