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과 언론
‘세월호’ 침몰과 언론
  • 김선남
  • 승인 2014.04.2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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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정부는 취임 초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안전에 두고 기존의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꿨다. ‘행정안전부’나 ‘안전행정부’나 오십 보 백 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안전’ 우선을 강조하는 레토릭을 구사했다.

대형 사고는 예기치 않는 곳에서 한 순간에 발생한다. 그걸 미리 방지할 수만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다. 아예 재난이라고 언급할 수조차 없는 사안이 될 것이다. 그런 행운이 따르지 않는 것이 재난의 속성 아닌가. 재난이 발생하면 초기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은 필수다.

정부는 재난에 대비하여 미리 매뉴얼을 작성해둔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그 교범대로 진행하게 되면 한층 수월한 일처리가 될 것이다. 정부의 안전행정부 내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을 운영하는 것은 그런 상시 대비책의 일환일 것이다. 군까지 참여하는 민관 합동 대응 시스템이라고 한다.

엊그제 수학여행을 가는 고등학생들을 포함하여 4백 여명이 훨씬 넘는 승객이 탑승한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 바다에서 주저앉았다.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과 승무원, 일반 승객 등 476명이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던 중이었다.

사고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누가 그 귀한 인명을 앗아갔는지 백일하에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교훈을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안전 불감증의 뿌리가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의 사건 대처 수준은 낙제 수준인 듯하다.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침몰까지 백 사십분… 눈뜨고 아이들 잃는 나라”(4월17일치 첫 면)를 통단 표제를 깔았다. 한겨레도 “안이한 현장대처 ? 지휘체계 혼선 …‘어이없는 정부’”(4월 18일치 첫 면)라고 질타를 쏟았다.

이번 ‘세월호’ 침몰을 취급하는 정부와 각급 재난 대응 기관의 공보는 물론 자체 시스템 작동이 미흡했음이 속속 들어난다. 일사분란하게 동조했어도 모자랄 긴박한 대형사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공조 체계는 물론 초기 대응의 미숙성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언론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해외 언론도 앞 다투어 ‘세월호’ 침몰사건을 다루었다. CNN은 전형적인 ‘인재’로 규정하면서 세월호의 사고원인과 선장과 승무원의 부적절한 행동 등 의문점을 신랄하게 분석했다. 자이트는 ‘한국 국민들이 정부와 정치인, 언론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는가 하면, 월스트리트저널도 정부의 무능력과 안일한 대처에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음을 보도했다. 해외언론은 이 사건을 “후진국형 인재”로 규정하였다고 한다(노컷뉴스,2014.4.19;뉴시스,2014.4.19).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정부만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아니다. 대다수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특종지향 경쟁보도, 부정확한 보도, 불공정한 보도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지적받았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수차례 발생하였던 대형 참사와 관련하여 우리 언론은 객관적이거나 정확하지 못한 보도로,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로 일관하였다. 언론은 늘 사건보도를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준수하겠다고 다짐하였지만, 이번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서도 과거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했다. 우선 공중파와 종합 편성 채널들은 하루 종일 특보라는 제목으로 앵무새처럼 동일한 내용을 계속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특별보도(특보)는 한두 번으로 족하다. 이후부터는 후속 보도다. 새로운 후속 팩트도 없는 동일 내용을 계속 반복했어야 하는지, 생존자 소식을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국민의 기대심리를 볼모삼아 사건을 콘텐츠화한 감은 없는지를 자문해야 할 일이다.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특정 채널만이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나머지 채널들은 뉴스나 여타 프로그램에서 간단하게 처리하는 미국의 재난보도 태도를 우리는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언론은 “단원고 학생·교사 전원이 구조됐다”라는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였는가 하면, 수차례의 오보를 낳기도 했다. JTBC의 <뉴스9>는 공정한 보도를 위해서 노력한 흔적을 보여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지만, 특정 방송사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것은 방송사가 불공정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현장의 학부모들은 해외 언론의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했다고 한다. 반성해야 할 일이다. 언론은 기존의 보도 관행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기자협회보가 지난 20일 10개 조항의 ‘세월호 참사보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언론은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김선남 <원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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