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언제 ‘한국인처럼’ 행동하나
우린 언제 ‘한국인처럼’ 행동하나
  • 소인섭 기자
  • 승인 2014.04.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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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인처럼 행동하라(Be British). 100여년 전인 1912년 타이타닉호를 출항시킨 영국인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의 동상에 새겨진 글귀다. 스미스는 영국에서 미국을 향해 출항한지 불과 나흘 만에 빙산에 부딪혀 침몰한 타이타닉호와 함께 했다. 당시 선장은 여자 등 약자를 먼저 탈출시켰고 선원인 선장은 배에 끝까지 남았다. 물론 객실 등급에 따라 생존율이 다르다는 비난도 있지만.

 수학여행길에 오른 많은 꽃 같은 학생들이 차가운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김승환 교육감은 세월호 참사를 두고 “100% 어른들의 잘못이며 학생들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국가권력 담당자들의 책임방기이자, 국가가 빚은 참사이다”고 진단했다.

 참사에는 승객을 돌아보지 않은 선장의 책임방기도 몹쓸 암덩이 처럼 자리해 있다. 통상 선박사고와 같은 대형사고 생존자는 여자·어린이 등 비율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서 이같은 보편적인 진리는 없었다. 사고 선박의 선원 가운데 선박직은 모두 구조됐고 객실 승무원은 절반 넘게 실종됐다는 불편한 진실만 부끄럽게 나돌 뿐이다. ‘나만 살면 된다’고 선원들끼리만 다니는 통로를 통해 탈출했다는 진술도 있다.

 전북도교육청 한 간부는 기자에게 홍콩 PERC(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가 내놓은 외국(아시아) 기업인 대상 부패지수 조사 결과보고서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놀랍게도 한국의 부패는 아시아 선진국 중 최악이란 낙인이 선명했다. 우리나라 부패지수는 중국·캄보디아·미얀마 등과 순위를 다퉜다. 정치권·민간기업·부패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이 참담한 수준이다. 그러나 부패 적발시 사법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되는지를 묻는 설문에서는 우리나라가 캄보디아를 빼면 아시아 최악이었다. 부패에 대한 국민 분노와 척결의지는 강하지만 실제 기업 관행과 사법 시스템은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 그러나 한국의 부패문화가 아시아 부패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부패 한류론만은 믿고 싶지 않다.

 세월호 참사를 보는 세계의 눈이 무섭다. 타이타닉호 선장에서 비롯된 ‘영국인처럼 행동하라’는 말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책임의식을 강조하고 있다면 혹여 ‘죽음을 두려워하라. 책임지지 마라’를 ‘한국인처럼 행동하라’는 말로 통용하는 악몽에 시달릴 것만 같아서다.

 수많은 “만약에 ~했더라면…”이란 아쉬움만 있고 현실은 세월호 칼 끝에 몸서리치면서도 책임의식 결여와 온갖 부패사슬에 사회는 또 어떻게 관용할지 걱정이 앞선다.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알려달라. 30년 넘은 베테랑 세월호 선장이 사고의 심각성을 가장 먼저 인지하고도 책임은 저버린 것과 같은 일이 교육현장에는 없다고 말할 수 없으니 말이다”고 털어 놓는다.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힌 여승무원의 책임감과 “아저씨 저기 여자애들 있어요”라고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구조를 요청한 남학생처럼 약자를 배려한 ‘한국인’을 떠올리며 세계인이 ‘한국인처럼 행동하라(Be Korean)’를 외쳐주길 기대한다.

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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