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의 소중함과 혼돈(渾沌)의 선거
책임의 소중함과 혼돈(渾沌)의 선거
  • 김복현
  • 승인 2014.04.21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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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16일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 참사로 인하여 온 나라가 비통해하고 있다. 아들딸들이 구조되기를 학수고대했지만, 결론은 기가 막힌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어 더욱 가슴이 아프다. 이에 따라 요란스럽게 시작된 지방자치 선거판도 잠시 중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통한 마음을 안고 지난 시간에 벌어진 일들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몇 자 적어본다.

4월이 되면 자연 순리에 따라 꽃이 만발하듯이 민주주의 꽃도 국민의 뜻에 따라 피고 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지방선거판은 ‘세월’ 호 참사처럼 순리가 아닌 혼돈(渾沌)의 시대를 맞는 것 같다. 혼돈이란 온갖 사물이나 정신적 가치가 뒤섞이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오는 6월4일이면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교육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을 선출하는 민주주의 꽃이 피는 선거축제가 벌어진다.

지방자치는 지역의 주민이 지역의 공적문제를 지역주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언제나 그 중심에 지역주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지방자치에는 지방자치가 사라지고 정치(통치)만 존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방자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일꾼인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지역주민들이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지방선거를 진단해 보면 지방은 없고 정치(통치)만이 존재하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지방선거를 이용하여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관심만 가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지방선거는 중앙선거의 도구로 전락한 느낌이다. 기초 지방자치 선거의 공천문제로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고 있다가 겨우 공천으로 가닥을 잡기는 했지만 모든 것들이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공천이 아닌 정치적 득실에 매달리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지방선거가 정치적 논쟁으로 진행된다면 정부가 약속한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신뢰가 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여당과 야당이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많은 과제를 제시만 했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진전을 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자치경찰제도 도입문제, 교육 자치와 일반자치와의 연계 문제,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문제, 복지문제 등 각각의 제도가 지닌 장단점을 꾸준히 연구하여 정치권이 이를 수용할 것인지 아닌지를 정해야 하나 이러한 논쟁은 마치 외국의 사례인 것처럼 취급당하면서 온갖 관심은 오직 정치만 있는 현실이 되어버린 것 같다.

벌써 지방자치 6기를 맞이하고 있다. 어른이 된 지방자치이다. 이제는 지방에서도 중앙정부나 정치권의 눈치만 볼일이 아니라 어떤 제도가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는 선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중앙의 논리와 정치권의 정쟁으로 지방선거가 진행된다면 성숙한 지방자치는 구호로 끝날 공산이 크다. 또한, 입후보자들은 나름대로 민의의 대변자로, 지방행정의 책임자로 선출되기를 바라면서 실천 가능한 선거공약을 내걸고 민심을 잡으려 하고 있다.

무상버스, 무상교복지원, 무이자 대출, 무료 콜택시제도 도입 등 세금이 들어가야 할 현란한 공약들이 연일 공개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지난 2010년 선거 때 무상급식으로 재미를 본 정치가 지금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다시 복지의 질 향상차원으로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표밭을 의식하면서 공약을 한다면 결국 그 예산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결국, 공약이행을 위해서는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금 공짜 선심 공약에는 여·야가 없는 것 같다. 실천 불가능한 약속으로 국민을 속여 승리해야겠다는 선거 문화는 국민의 이름으로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검증되지 않은 공약이나 선심공세로 유권자를 유혹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가 망하고 나라가 망하는 일에 앞장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조물주는 맹수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않았고 독수리에게 이빨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명성 높은 화가가 교향악단을 지휘할 수 없듯이 저명한 대학교수가 군의 사단장을 맡는다면 격에 맞지 않는 것과 같다.

 지금 진도 해상에 침몰한 ‘세월’호의 선장을 향해 무책임하고 비겁한 사람이라고 질타하는 소리는 진정한 국민의 소리이며 지도자는 무엇보다도 책임 의식이 강해야 한다는 무거운 교훈을 다시금 말해주고 있음을 절감하게 하고 있다. 정치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예술이라고 하는데 정치에도 공약(약속)을 잘 지키는 책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선거가 혼돈의 정치로 변질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유가족들에게 삼가 조의를 드립니다.

김복현<익산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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