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하던 예비후보, 공천한다니 길거리에서 사라졌다
절하던 예비후보, 공천한다니 길거리에서 사라졌다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4.04.1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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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선거 공천이 확정된 이후 민심만 바라보며 꾸벅 인사했던 예비후보들이 길거리에서 일제히 종적을 감췄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과 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지난 10일)한 지 일주일째인 16일 오전, 전주시내 다중집합장소에선 기초선거에 출마한다며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돌리는 후보들의 모습이 종전보다 확연히 줄었다. 주요 사거리마다 출근길 차량을 향해 90도에 가까운 절을 하며 민심에 호소하는 풍경은 거의 보기 힘들었다. 이런 현상은 전주뿐만 아니라 13개 시군 다른 지역에서도 똑같이 발생하고 있다.

 익산에 사는 40대의 유권자 K씨는 “무공천할 때만 해도 온종일 민심에 호소하며 땀 흘려 뛰는 후보들을 많이 봤다”며 “공천 발표 이후 어깨에 띠를 찬 후보들을 보기 힘들 정도”라고 혀를 끌끌 찼다. 50대의 김종택씨(전주시)는 “주민에 호소하는 후보를 보고 ‘이제 선거철이 다가왔구나’라고 느꼈는데, 공천 방침 이후엔 그나마 예비후보들을 볼 수 없어 ‘씁쓸한 정치 세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도내 14개 시군 기초단체장에 출마하려고 등록한 예비후보는 84명에 달하며, 이 중에서 공천으로 선회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은 62명으로 집계됐다. 또 기초의원 예비후보 등록 역시 403명에 육박하고, 새정치연합 소속(282명)이 70.0%를 기록했다.

 새정치연합은 현재 기초선거 공천 방침을 결정하지 않았고, 개혁공천 발표로 후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구민주계와 구새정치계의 계파다툼이 치열할 전망인 가운데 민심보다 당심(黨心)에 의존하려는 후보들이 길거리 대면(對面) 접촉마저 중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초선거에 나선 L후보 진영의 한 관계자는 “공천 발표 이후 민심 호소 전략에서 공천을 받기 위한 전략으로 확 바꿀 수밖에 없었다”며 “10일 이후 사거리의 출퇴근 인사부터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S후보는 “중앙당이 개혁공천한다며 살벌한 분위기인데, 누가 지역민을 바라보겠느냐”며 “지금은 힘있는 지역 정치권만 바라보고, 공천관리위원이 누가 될지에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말했다. 전직 도의원인 H씨는 “정치 환경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태도를 싹 바꾸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걱정했다. 김선태 문화연구창 소장은 “무공천과 공천을 전후해 ‘무조건 내가 살아야 한다’는 정치인들의 두 얼굴을 확연히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생존형 선거운동에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말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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