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으로 생각하라.
철학적으로 생각하라.
  • 임규정
  • 승인 2014.04.15 15: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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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 만난 누군가에게 내가 철학을 가르친다고 소개하였더니, 그는 “철학은 뭘 공부하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사실 그 질문은 내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말하는 자리에서 열에 아홉은 듣는 질문이다. 때로 내 철학과 학생들도 물어본다. 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간단하고 명료하게 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철학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철학이 심오한 학문일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있어서 때로 엄청난 오해가 생겨나기도 한다. 심오하고 어렵기로 말하자면 사주나 관상, 점괘만큼 심오하고 어려운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그러한 일을 담당하는 곳의 이름이 철학원인 탓에, 때로는 그러면 제자들이 나중에 철학원을 차리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물론 대학에서 다루는 철학이란 그런 것이 아니지만, 그러면 학문으로서의 철학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이 다시 고개를 든다. 그런 때면 나는 철학이 무엇인지를 말해주기보다, 철학의 근간이 되는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지붕의 경사가 서로 다른 어떤 집이 있다. 이 지붕의 동쪽 경사면은 기울기가 50도이고, 서쪽 경사면은 기울기가 40도이다. 이 집의 지붕 꼭대기에서 수탉이 낳은 달걀은 동쪽으로 떨어지겠는가, 서쪽으로 떨어지겠는가?

이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몇몇은 동쪽으로 떨어진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몇몇은 달걀을 낳을 때의 정확한 위치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핵심은 무심코 지나치는 곳에 있다. 수탉이 어떻게 달걀을 낳겠는가? 수탉은 달걀을 낳지 않으므로, 수탉이 낳은 달걀이 동쪽으로 떨어지느냐 서쪽으로 떨어지느냐는 무의미한 질문인 터이다. 이런 문제를 접하면 사람들은 문제 자체에 의심을 품기보다 으레 답을 찾으려고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문제가 그 자체로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따져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사고는 답을 구하는 쪽으로 치우쳐져 있기 때문이다.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여러 가지 방식이 있겠으나, 일단 문제가 정당한지에 대해 먼저 따져보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세상이 요동친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변화 속도가 빠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곳에 자본이 몰리기 마련이다. 그런 덕에 첨단 산업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도태되는 느낌을 받는다. 오랜 시간동안 우리는 도태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감에 빠져 있다. 우리는 첨단 산업에 발맞추어 우리를 화려하게 꾸미지 못했다. 그렇기에 요동치는 시대에 주목을 덜 받았다. 인간은 화려한 것에 이끌리기 마련이고, 세상은 갈수록 화려한 것을 쫓아서 변해간다. 이 사태에 대하여 우리는 철학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한다. 문제를 먼저 따져보라. 과연 화려한 것이 더 가치있는 것인가? 공기를 생각해 보라. 공기는 색도 없고 냄새도 없고 맛도 없으니 전혀 화려하지 않다. 그럼에도 공기가 없어진다면 단 한명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화려함이 전무한 것이 때로는 가장 중요한 법이다.

우리가 가진 것에 주목해야 한다. 천년이 넘도록 한반도를 먹여살린 힘이 우리에게 있다. 식량은 첨단 기기와 달라서 화려하거나 새롭지 않지만, 첨단 기기와 다르기 때문에 결코 버려질 수 없다. 그러한 식량을, 한반도를 책임지는 그 식량을 우리가 담당해왔다. 그 자부심을 가슴에 품어야 한다. 마음 깊이 중심을 잡고 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임규정 <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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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2014-04-16 20:44:55
전주비전대학교는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로 선정되어 올해 80.1%의 취업률로 전국 7위의 쾌거를 거두었고, 청년취업아카데미 3년 연속 선정되었다. 비전대학교는 두산, 삼성 등 현장실습은 물론 보건계열로는 남원의료원, 연세의료원, 분당차병원, 전북대병원, 전주병원 등과 협약을 체결하였다. 또 JTV 전주방송과 신학협약 및 나무기증식을 주고받았고 네팔에 있는 대학과 복수학위제 협약을 체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