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기획 칼럼] 뭐니뭐니 해도 선거의 주역은 유권자
[지방선거 기획 칼럼] 뭐니뭐니 해도 선거의 주역은 유권자
  • 문창호
  • 승인 2014.04.15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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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많은 후보자들은 명함을 돌리거나 큰 거리에서 인사하는 등 자신을 알리기에 바쁘다. 언론에서도 주요 지역의 후보자들을 소개하고 여론 조사결과도 발표하는 등 분위기를 띠우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아직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지역을 위하여 정해진 기간 일을 할 분을 제대로 선출하는 것이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유권자에 따라서는 신중하지 못한 판단으로 선거 후 후회하며 당선자를 욕하는 경우도 있으나, 적임자를 선출하지 못한 것에는 ‘말 그대로 선거권’을 가진 우리 유권자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선거관리 수준은 세계에서 상위권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선거공정성 지수’에서 중요한 항목인 선거의 투표 및 개표 관리는 매우 우수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선거관리 수준도 더 발전해야 하겠지만,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보다 올바른 판단이 더해질 때 우리 사회가 성숙하며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생각한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요소

 후보자나 지지자들이 후보자의 자질이나 능력보다는 혈연, 지연, 학연 등을 앞세워서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역에 따라서는 후보자를 자세히 살펴보기 보다는 특정 정당의 이름만 보고 선거하는 유권자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향응이나 접대, 공직자의 보직 약속 등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지역의 언론이나 전문기관에서 실시하여 발표하는 여론 조사도 가끔은 공정성이나 신뢰성이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의도를 가지고 설문항목을 조금만 조정해도 여론이 조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후보자가 제시하는 공약이 ‘참 공약’인지 제대로 파악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면,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빌 ‘공(空)’자 공약이거나 지역주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심성 공약도 많았기 때문이다.

 어떤 후보는 막대한 돈을 들여 거대한 조직을 동원하여 여론을 호도하고, 전혀 근거가 없는 흑색선전을 일삼고, 지역감정을 유발하고,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하여 당선되고자 하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특히, 비교적 본인의 자질이나 능력이 부족할 경우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의 판단을 도와주는 제도

 근래에 와서 매니페스토(manifesto)라는 운동이 있는데, 종래의 선거공약과는 달리, 후보자는 무엇을 언제까지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지, 즉 구체적인 시책, 실시 기한, 사업비, 수치 목표를 명시한 ‘사후 검증 가능한 명확한 공약’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즉 후보자의 공약 실천 정도를 사후 검증하여 유권자들에게 보고함으로써, 추후 유권자들은 후보자를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고, 당선자는 내세웠던 공약을 최대한 실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후보자가 빌‘공(空)’자 공약을 남발하는 사태를 어느 정도는 막아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정선거를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가 설치되었다. 여론조사기준을 정하여 공표하고,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가 공직선거법 또는 선거여론조사기준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심의하는 등 여론조사의 객관성ㆍ신뢰성 확보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왜곡된 여론조사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함으로써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공약만으로는 부족, 후보자의 경륜도 함께 살펴야

 여러 후보자의 정책공약을 비교해보면 전부 잘 하겠다는 다짐으로, 경쟁자 간의 차별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후보자가 갖고 있는 전문성, 철학이나 이념과는 상관없이 당시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정책을 위주로 제시하고, 지역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여 발전시키기 보다는 다수의 유권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약이 정리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책사업에서 도입하고 있는 평가제도에서처럼, 후보자가 제시한 앞으로의 정책방향과 더불어 그간 후보자가 살아온 길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후보자의 경륜을 보면, 후보자의 강점 및 약점, 자질 및 됨됨이, 그간 어떤 일에 어떤 입장으로 사회에 기여해 왔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를 평가함에 있어서 제시된 정책만을 보기 보다는, 후보자의 그간 삶과 제시된 정책의 일치성에 대한 배점도 중시해야할 것이다. 

 국가나 지역, 기관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서는 무엇보다도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이 중요하다. 기존의 선거 폐해인 금권, 관권, 지역, 연고에 의해서 부적절한 대표가 선출된다면, 유권자는 또 좌절하고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무관심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할 것이다.

 평소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선거기간에는, 유권자도 관심을 갖고 발품을 팔아서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파악하는데 최소한의 필요한 시간은 투자해야 한다. 재직기간 동안 당선자가 우리 지역과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기 때문이다. 결국 유권자는 우리사회의 지도자를 제대로 선출해야하는 의무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이 보다 냉정하고 현명해져서 좋은 후보자를 선택하고, 당선자의 재임기간동안 선택한 결과에 대하여 후회하지 않는 선거가 되고, 다음 선거부터는 유권자들이 좀 더 선거 자체를 즐기고 더 나은 후보자가 선택되는 선거문화의 선순환구조가 정립되길 기대해본다. 
 

문창호 군산시선거관리위원회 위원/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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